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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7. 2017

07. 위기 상황 대처법을 배우다.

<행복한 서번트, 캘빈 이야기>

캘빈이 문장을 읽고 대화를 할 수 있을 무렵, 집 주소와 우리 이름, 전화번호를 하루에 한 번씩 연습시켰다. 아이는 왜 이것을 반복해서 외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돌발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것들을 더 연습시켜야 했다. 디즈니 만화 영화를 보면서 도둑이 어떤 사람인지, 낯선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엄마나 아빠를 잃어버렸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특히 캘빈을 혼자 집에 두고 나갔을 때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루는 하은이와 내가 밖에 나간 후 5분 정도 지나고 초인종을 눌러서 캘빈의 반응을 시험해보았다. 다행히 캘빈은 문을 열지 않고 집 안에 있었다. 집에서 혼자 있는 훈련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아 안심이 되었지만, 밖에서 낯선 사람이 강아지를 보여주면서 “나랑 갈래?” 하면 캘빈은 100% 따라갈 것 같았다. 엄마, 아빠를 제외한 낯선 사람은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고 가르쳤지만 여전히 마음은 놓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캘빈과 쇼핑몰에 들렀다. 그곳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게임이 있었는데, 한번 시작하면 20분은 족히 걸리는 게임이었다. 다른 볼일이 있었던 나는 캘빈에게 게임을 하고 있다가 게임이 끝나더라도 그 자리에서 꼼짝 말고 있으라고 말했다. 볼일을 보고 돌아왔더니 캘빈은 나와 약속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게임기가 고장이 나 있었다. 고장 싸인이 크게 붙어 있는데도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캘빈은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있으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게임도 못한채 나만 기다린 것이었다. 얼마나 미안하고 안쓰러웠는지 캘빈을 꼭 껴안아주면서 “엄마 말을 기억해줘서 고마워”라고 했다. 그랬더니 캘빈이 “엄마, 나 두고 어디 가지마”라면서 울먹이는 것이었다. 그날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캘빈이 기특하고 가여워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그날 이후 게임장에 가면 캘빈이 게임을 끝낼 때까지 옆에서 응원해주고 때론 나도 함께 게임을 즐겼다.

캘빈에게 전화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모든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우선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우리에게 반드시 전화하게 했다. 또 위급한 상황이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911에 신고하는 것도 연습했다. 와닉 선생님은 캘빈에게 연기까지 하면서 위급한 상황을 보여주었고 캘빈은 가짜 전화로 911에 신고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선생님과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면서 캘빈도 점점 성숙해졌고 이해력도 많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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