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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30. 2017

09. 재능을 드러내다!

<행복한 서번트, 캘빈 이야기>

캘빈이 공립초등학교 2학년으로 옮기면서 나는 자주 학교에 들러 창문 너머로 캘빈이 수업하는 모습을 체크했다. 캘빈을 종일 전담했던 니디 선생님은 미술시간에 아이들이 캘빈 옆에 앉고 싶어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캘빈이 찰흙을 빚어 공룡을 만들었는데 근육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묘사해서 아이들이 캘빈의 공룡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근육뿐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도 생생하게 표현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짱이었다. 캘빈이 만든 공룡을 보고 같은 반 아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훌륭해, 캘빈!”이라고 했을 때는 캘빈도 활짝 웃었다고 한다.

이 무렵 집에서도 연필을 잡고 무언가 종이에 그리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그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 우연히 캘빈이 그린 선들을 자세히 보니 공룡의 형상이었는데 다들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 캘빈은 공룡에 빠져 있었는데 발음하기도 힘든 수십 가지의 공룡 이름들을 다 맞추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의사소통도 어눌하게 하던 캘빈이 나도 발음하기 힘든 공룡 이름들을 다 외우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우리는 캘빈에게 더 많은 공룡을 보여주기 위해 4시간 거리에 있는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캘빈은 얼마나 좋았는지 방방 뛰어다니면서 공룡들을 구경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공룡


 그 이후에도 뉴욕을 갈 때마다 남편은 캘빈과 자연사 박물관에 들러 공룡을 보고 나는 하은이를 데리고 장난감 가게나 백화점에 돌아다니곤 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 외에도 보스턴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 하버드 대학 자연사 박물관에 계절별로 다녔던 것 같다. 

Tyranosaurus rex 공룡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 있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지만 캘빈의 에너지를 쓰는 데 도움이 되었다. 밖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 집에 왔을 때 지쳐서 사고를 덜 쳤기에 더 밖으로 데리고 다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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