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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7. 2017

02. 험난한 호주 이민 절차?

<나는 호주의 행복한 버스 드라이버>

사진: Freepik.com


하루는 호주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내는 이민 브로커에게 물어보니 이민 자격이 되는 것 같다며 한번 시도해 보자고 했다. 만약 이민이 가능하다면, 현재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처한 상황보다는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멍한 상태에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마흔이 넘도록 살던 나라를 떠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뿐만 아니라 아들의 입장에서 어머니가 계신 곳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완강하게 이민 절차를 주장하는 아내의 의지를 꺾을 수가 없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유학을 보낼 형편이 아니었기에 ‘이민을 통하여 안정적으로 딸들을 교육시키자’라는 아내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아내는 이민 브로커에게 계약금을 지불하고 필요 서류 등을 나에게 요청하였고, 나는 즉시 모든 서류를 준비하여 브로커에게 제출하였다.

당시 내가 진행하려던 이민의 종류는 소위 ‘기술이민’이었다. 호주는 자국 내의 부족 직업군에 속한 직업 인력을 국외로부터 받아들여 이민을 허가한다. 당연히 해당 직업에 관한 증거 서류가 필요하고, 영어시험(IELTS)과 통과 성적을 제출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호주에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일시적인 고용관계가 없다.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부족 직업군이라는 리스트에 추가함으로써 이민을 통해 인력을 수급한다.

기술이민의 첫 번째 절차는, 해당국(한국)에서 해당 기술과 관련된 증거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영문으로 작성하여 호주의 기술심사 기관에 제출하는 것이다(이를 ‘기술심사’라고 한다).

기술심사에 약 2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나는 일단 기다린 후, 2개월이 지나 확인을 하였더니 브로커는 연락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술심사 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통상적으로는 한 달 보름 혹은 2개월 정도면 기술심사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직감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나는 호주로 직접 가서 그 과정을 확인하여 보기로 하였다. 신청자와 브로커 사이에 생기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브로커가 해당 이민 절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 발생한다.

나는 이민이라는 절차를 이행하기로 하였고, 일단 결정된 이상 가족의 중대한 문제를 격지에 있는 아내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었다. 호주로 건너온 나는 브로커 사무실로 찾아가 우리 가족과 관련된 서류를 보자고 했고, 신청서 등등을 확인한 결과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여권번호 오류, 주민등록번호 입력 오류, 영문자의 오류 등 서류 자체가 엉망이었다. 나는 “가족 일생일대의 중대사를 당신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모든 서류를 회수하였다. 그 한국인 브로커는 내게 계속되는 사과와 함께 자기가 다시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일을 맡길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비단 나에게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민 신청자와 브로커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로, 최악의 경우에는 이민 자체가 취소되어 가족 모두가 패닉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이민 절차를 이민 브로커에게 맡기면, 이민 절차의 진행 과정 및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민성에서는 모든 절차를 브로커에게 전달하므로, 브로커들의 업무 태만 혹은 능력 부족은 이민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 나중에 다시 거론하겠지만, 이러한 상황 또한 이민 절차를 직접 수행하여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여러분들이 해외이민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물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부득이 브로커를 통하여 추진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이민 절차를 숙지함으로써 간과할 수 있는 오류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후, 나는 이민 절차를 직접 수행하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모든 서류를 구비하여 작성하고, 기술심사를 수행하기 위한 자료 수집 등 모든 과정을 스스로 진행하였다. 결국 2개월 후 기술심사가 통과되고, 이민 서류 본건을 작성하여 이민성에 제출하였다. 기술심사의 경우 심사기관의 질문에 대하여 충분한 근거로 답변하여야 하는데, 전문용어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기관과 브로커 혹은 신청자 사이에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이민 신청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설명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주는 기술이민자에게 당연히 영어시험을 요구한다. 이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이민자가 입국 시 호주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어 실력을 확인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당시 IELTS의 기준이 5.0이었는데, 나는 6.0으로 통과한 다음 본건 제출 후 8개월 만에 GRANT가 되어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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