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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7. 2017

1. 왜 나는 늘 시간이 없을까?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굳이 프랑스 인권선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상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같은 이치로 모든 사람에게는 평등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남녀노소에게 동일한 24시간이다.

하지만 동일한 24시간이더라도 어떤 사람은 온종일 바쁘고 어떤 사람은 종일 한가하다. 하루 종일 바쁜 사람도 여러 갈래다. 돈을 버느라 스스로 심신을 갉아먹는 사람도 많고, 그런 세상을 바꾸려다 심신이 지치는 이들도 있다. 

온종일 한가한 사람도 여러 부류다. 무엇을 할지 몰라 길 잃은 강아지마냥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하고 싶은데도 일자리가 없어 겉으로는 한가하게 보이나 실은 늘 초조한 이도 많다. 심지어 돈을 벌 만큼 벌었기에, 오전에는 골프를 치고 오후에는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앉아 음악 감상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친구나 애인을 만나 술 한 잔 하고 노래방에 가서 춤추는 식으로, 매일 한량(閑良)처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속물적 한량이다. 이들은 2016년 10월 24일 JTBC의 ‘최순실의 태블릿PC’ 보도 이후 봇물 터지듯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도, 미래를 위한 민주주의와 복지사회 건설에도 무관심하다. 어쩌면, 상당수 사람이 꿈꾸는 삶이 이런 속물적 한량인지 모른다.

한량도 한량 나름이다. 나는 속물적 한량이 아니라 ‘소박한 한량’을 꿈꾼다. 소박한 한량의 시간표는 대략 이렇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등 기본 필요 시간을 12시간으로 잡으면, 의미 있게 활동하는 시간은 12시간이다. 이 12시간 중 생계를 위한 일은 하루 4시간만 하고 다음 4시간은 정말 하고 싶은 활동, 즉 사회운동이나 인문학 모임 등을 하며, 나머지 4시간은 친교를 나누는 데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매일 행복할 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 이렇게 살아본 적도 없고, 또 언제나 시간을 이렇게 기계적으로 나누어 정확히 지키며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이에 대한 ‘길잡이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길잡이별이 있다 한들, 과연 현실에서 거기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길잡이가 오히려 수많은 사람에게 좌절감과 절망감만 안겨주지는 않을까? 현실은 ‘시간 불평등’이나 ‘타임 푸어’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시간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불평등한 시간에 지배당한다.

사진: Freepik.com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모두 비교적 평등한 시간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소박한 한량’으로 살 수 없다손 치더라도 말이다. 나는 인간 사회에 시간 불평등이나 타임 푸어가 생기는 배경으로 계급, 젠더, 국적, 나이 등 네 가지 변수에 주목한다. 이 변수들은 상호 연관되고 결합되어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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