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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7. 2017

09. 안드레아는 특별해?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넷째 날에는 사람들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고 싶어서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어. 그러다가 한 도박장 앞에 설치된 분수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 거야. 

그 분수를 보면서 나는 사람들이 자기들은 선형적 수학계가 비선형적 수학계로 변형되는 순간에 매혹된다는 사실을 저렇게 분명하게 드러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분수 앞에 멈춰서 분수가 자기 기능을 수행하는 매순간을 쳐다 보았을 거야.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볼 수도 있는 분수에서는 물줄기가 사람들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따라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어. 물은 정밀하게 정해 놓은 방향과 압력에 따라 뿜어져 나왔고, 음악은 음악의 본질대로 아주 규칙적인 선형적 수학 패턴을 그리며 흘러나왔고, 당연히 중력은 일정했어. 하지만 분수계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순간 –즉 분수에서 방출되는 순간- 물은 카오스가 되었고 비선형적인 수학 패턴으로 바뀌었지. 바로 그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그토록 끌어당기는 요소임이 분명했어. 

사람들을 매혹하는 사회적 상호 작용이 작동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사람들은 자기들이 아주 엄밀하게 결과를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과 상호 작용한 결과는 정말로 예측하기 힘들었어), 내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어. 

정말 아름답죠?

처음 안드레아를 보았을 때, 나는 그 전에도 그리고 그 뒤로도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꼈어. 사람들이 하는 말을 빌리자면 ‘그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었던 거야. 아직 내 성을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특정한 한 성에 반응하다니,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내 생각에는 내가 사람이 겪는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설계되었다면(내가 ‘프로그램 되었다.’라고 하지 않는 데 주목해줘. 우리는 ‘프로그램 되지’ 않았어), 내가 특별한 여성에게 남자가 보일 수 있는 전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을 것 같아.

그렇다면 자네는 ‘그 사람이 뭐가 특별했나요?’하고 묻겠지? 그건 나도 지금도 모르겠어. 어쩌면 그건 앞으로 자네도 경험할지 모르는 기묘한 일일 거야. 

안드레아의 얼굴 비율은 수학적으로는 특별한 패턴을 나타내지 않았어. 예를 들어, 턱에서 입술을 지나 눈까지 이어진 거리는 피보나치 수열을 나타내지도 않았고 도형수하고도 관계가 없었어. 얼굴도 82퍼센트 정도 밖에는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았지. 목소리의 주파수 변조는 다른 사람보다도 좀 더 안정적인 표준편차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안드레아를 특별하게 느낀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안드레아에게 받은 인상은 전체적인 거야. 각각의 구성 요소로 나눌 수 없는 다양한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작용해 나에게 영향을 미친 거지. 어떻게 보면 안드레아가 나에게 미친 영향력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양자역학에서 광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하려는 시도와 같은 거야. 한 가지 요소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다른 요소는 절대로 측정할 수 없는 시도인 거지. 빛은 전체로서만 이해할 수 있어. 그러니까 이것도 비슷한 현상 아닐까? 

사람들은 이 세상에는 아주 작은 것을 지배하는 법칙(양자 법칙)과 아주 큰 것을 지배하는 법칙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 그리고 두 법칙을 연결하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이해했지만, 그걸 발견하지는 못했어. 하지만 나는 많은 사람이 자기들이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그 무언가를 실제로는 직접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하는 모든 경험을 단 한 가지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것은 안드레아를 처음 봤을 때라고 대답할 테니까.

“그렇군요.” 나는 대답하면서 안드레아를 쳐다봤어.
“어떤 상태로 시작하건,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을 하건 간에 세상과 접촉하는 매순간마다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패턴을 만든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같은 패턴은 절대로 다시 나타나지 않잖아요. 그게 사람의 의식을 밝힐 중요한 단서가 아닐까 싶어요.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리 쳐다봐도 지루하지 않잖아요, 그렇죠?” 안드레아는 분수를 바라보면서 대답했어.

그때 또다시 문자가 도착했어. 문자에는 ‘그 여자에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나와 함께 음식을 먹읍시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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