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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7. 2017

08. 내 삶과 무관하지 않은 금융화와 민영화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2012년에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지하철 9호선(민영화 노선)의 ‘통행료 기습 인상 시도’가 있었다. 지하철 9호선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사태의 뿌리는 지하철 요금이 낮아서가 아니라 채권자와 주주들에게 너무 높은 수익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2005년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하철 9호선과 협약 당시 여타 민자 사업 수익률이 5퍼센트였음에도 보장수익률 8.9퍼센트에 합의했다. 15년간 수익 보장 금액만도 1조 4,000억 원이 넘고, 부속사업 수익이 30년간 4,600억 원이 넘는다. 또 대주주들에게 빌린 668억 원에 대해 무려 15퍼센트의 이자율을 보장했다.

그래서 지하철 9호선은 2011년에 이자 비용으로만 461억 원을 지출하고, 46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보장수익률과 이자율이 평균 수준이었다면 흑자였을 것이 적자로 나온 것이다. 반면 공사비는 총 3조 4,600억 원 중 33.64퍼센트가 국비, 50.58퍼센트가 서울시비, 나머지 15.78퍼센트만 지하철 9호선에서 나왔다. 그래 놓고 또다시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겠다고 했다. 다행히 이 시도는 깨어난 시민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해 저지되었지만, 민영화로 인한 전 사회적 수탈 시도를 잘 보여주었다.

이 사례는 대중교통인 지하철(사업체)을 금융자산으로 바꾸어 돈벌이하는 전형인데, 이처럼 모든 사물을 금융자산으로 바꾸는 경향을 ‘금융화(financialization)’라 한다. 이 금융화 경향은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배후에는 당연히도 세계 금융자본이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로스차일드 등이 주축이며, 그 파트너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Poor‘s), 무디스(Moody‘s), 피치(Fitch) 등 신용평가기관이다. 신용평가기관은 수시로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데, 한마디로 ‘자본 투자가가 돈벌이하기에 얼마나 좋은 조건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민중의 참된 삶과는 아무 관계 없다. 

이런 식으로 자본은 여태껏 삶의 기초인 농업을 희생시키면서 산업화를 추구했으며,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전통적 산업 영역에서 더는 높은 수익이 나오지 않자 서비스 영역으로 진출했다. 금융 영역조차 기존의 상업적 방식을 넘어 투자적 방식으로, 투자를 넘어 투기로 확대되는데, 기존의 공공부문이나 생태계 전반을 수익의 원천으로 삼는 과감하고도 파괴적인 시도를 감행한다. 그 와중에 민영화와 금융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사회에서 논란이 된 각종 탈규제화나 고속도로와 철도(KTX)민영화, 의료 민영화, 교육 민영화 시도 등에 결코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일차적으로는 전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인 각종 혈세를 ‘보이지 않는 손’이 무대 뒤에서 수탈해가는 작전이 감행되고, 이차적으로는 그런 작전을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현세대와 미래 세대의 삶을 황폐화하는 사회구조가 ‘창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서서히 돈의 논리에 빠져드는 사이에 우리 삶의 구조가 더는 참된 삶의 논리 속에서 살지 못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내면화해버린 돈의 논리와 그에 기초한 각종 제도나 행위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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