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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4. 2017

08. 인간의 조건_한나 아렌트

<처음 만난 철학>

인간은 다윈 이후로 자신들의 선조라고 상상하는 동물 종으로 자진하여 퇴화하려고 하며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_『인간의 조건』중에서


근대 사회가 노동 사회로 전개되는 것을 비판하다_한나 아렌트(1906~1975년)

근대 사회가 당초의 이념에 반하는 모순을 낳는 것을 지적한 사상의 조류로는 첫째로 마르크스주의가 있다. 근대 사회의 골격인 자본주의 자체가 경제 격차를 낳는 구조가 되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는 공산주의 사회의 실현을 통해 자유와 평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렌트 또한 이 책 『인간의 조건』에서 마르크스주의와는 다른 시점으로 근대 사회를 비판했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을 ‘노동’, ‘작업’, ‘행위’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규정하고, 이를 기초로 근대 사회를 비판한다.

비판의 요점은 근대 사회가 ‘노동 사회’로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가 인간으로서 자유로운 존재이기 위한 조건인 ‘작업’과 ‘행위’를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렌트가 뛰어난 정치철학자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책에 나타난 사상도 원리적이다. 그러나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렌트가 영어로 쓴 이 책은 결코 읽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요점만 추려내 확인하도록 하겠다.


인간의 조건은 노동, 작업, 행위

아렌트에 따르면, 앞서 살펴보았듯이 우리 인간은 노동, 작업, 행위라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노동은 생존 유지를 위한 활동이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목적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작업은 인간의 ‘비자연성’에 관련된다. 우리는 보통 작업이라고 하면 노동을 떠올리지만 여기서 말하는 작업은 제작 활동(공작, 공예)을 가리킨다. 예술 작품을 영어로 ‘Work of art’라고 하는데 아렌트가 말하는 작업은 이런 의미에서 사용된다.

행위는 인간의 ‘다수성’과 관련된다. 이것은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언론, 정치의 조건이다. 아렌트는 여기에 인간적인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노동-필요성에 의한 노예화

우선 ‘노동’에 대해 확인해보자. 아렌트는 노동의 본질은 필요성에 의해 ‘노예화’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노동하는 것은 필연(필요)에 의해 노예화되는 것이며, 이 노예화는 인간 생활의 조건에 고유한 것이었다. 인간은 생명의 필요물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그렇기에 필연(필요)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던 노예를 지배하는 것에 의해서만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다. 물이나 밥을 먹지 않으면 굶어 죽고 만다. 역사상 인류가 수렵 채집과 농경을 배운 것은 생명의 필요성에 대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상황이 아주 달라졌다. 노동에 사용되는 도구가 극적으로 개량되어 ‘기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계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몸을 움직여 노동할 필요가 사라졌다. 이것은 언뜻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노동에서 고통이 사라졌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성’에 종속되는 것을 실감하기 어려워졌고 자유로워지려는 동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렌트는 근대 사회에서는 ‘여가’가 하나의 사회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왜 여가가 문제인가 하면 여가가 본질적으로 노동에 의해 얻어진 부를 소비하는 것으로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여가에서 소비되는 대상은 노동을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조건(의식주)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작업’에 의해 생기는 제작물도 해당한다. 여가는 세상의 온갖 것을 탐욕스러운 소비의 대상으로 바꾸고 말았고 자유를 실감하기 위한 ‘행위’를 향하는 것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다음 편에 이어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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