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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4. 2017

06. 화가의 아틀리에_귀스타브 쿠르베

<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855년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

<화가의 아틀리에> 유화, 캔버스, 359×598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A: 지금까지는 쿠르베의 대표작 한가운데에 있는 흰색 페르시아고양이를 많은 연구자가 주목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존경하는 고(故) 아베 요시오 선생님의 해설을 통해 처음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이 그림에 보들레르가 사랑한 고양이가 그려졌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안 된다. 고양이는 인공의 세계에서 원시 자연이 가진 풍부한 생명과 신비를 멋지고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존재다.”(『아사히 클럽 별책 미술특집 쿠르베』, 1993) 역시 보들레르의 명번역자이며, 고양이 마니아인 화가 발튀스와도 친했던 연구가다운 견해입니다.

B: 정말 고양이가 화면 정중앙에 그려져 있네요. 그 위로는 캔버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쿠르베가 친구에게 이 그림을 그리던 상황을 설명한 편지가 있지요. 고양이에 대해 무슨 말을 했나요?

A: 쿠르베의 편지에는 “… 나는 이젤 위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의자 등받이 뒤에 선 누드모델이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잠시 보더니 그림 앞에서 옷을 벗는다. 그리고 내 의자 옆에는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라고 써 있어요.

B: 음, 그 정도로는 고양이에 대해 알 수 없네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A: 나는 쿠르베의 국내 순회전을 감수하면서 이 그림의 해석을 여러 가지로 연구했습니다. 화면 왼쪽은 쿠르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슬프고 비참한 죽음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반대로 화면 오른쪽은 쿠르베의 예술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생명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양쪽 모두에서 실제 인물이 북적이는 현실적인 알레고리극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는 그림 속 고양이와 반대되는 존재가 왼쪽에 그려진 장화를 신고 턱수염을 기른 남자와 함께 있는 두 마리의 사냥개라고 생각합니다. 이 남자는 쿠데타를 일으켜 제2제정을 펼친 황제 나폴레옹 3세라는 설이 있는데,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림 속 개는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경찰견으로 쿠르베의 발밑에서 자유롭게 장난을 치는, 예술가가 키우는 고양이와는 대조적인 ‘속박된 슬픈 존재’입니다.


B: 그렇다면 화가 뒤에 있는 누드모델과도 관련이 있겠네요. 고양이가 꼬리를 세우고 배로 기면서 몸을 비벼대는 것은 마타타비(개다래나무로 고양이에게 최음 효과가 있다.)에 취해 있거나 발정기가 와서 흥분한 상태로, 자유연애를 상징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A: 쿠르베는 여자관계가 복잡한 독신주의자였습니다. 그는 “남자는 결혼을 하면 바보가 된다”라고 하면서 결혼을 경멸했습니다. 그런 쿠르베의 자유로운 태도는 고양이 옆에서 그림을 보면서 순수하게 감탄하는 남자아이로도 표현됩니다. 돌아가신 아베 선생님과 그림 속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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