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ug 07. 2017

09. 인간의 조건은 노동, 작업, 행위

<처음 만난 철학>

근대 사회가 노동 사회로 전개되는 것을 비판하다_한나 아렌트(1906~1975년)

노동은 전 편에 연재되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작업제작 활동

중요한 점은 작업(제작 활동)에 의해 탄생한 ‘작품’은 바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내구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아렌트는 공작 활동 또한 근대 사회, 즉 노동 사회의 획일적인 기준(생산성)에 의해 균질화되었고 그 배경에는 상업 사회에서 소비사회로의 전환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근대에 이르러 노동 사회가 나타났다. 도구는 기계로 개량되었고, 그 결과 인간은 생산 과정에 맞추도록 요구당했다. 인간이 작업 과정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의 생산 과정에 지배받게 된 것이다.


과거에 제작 작업은 오랜 기간 숙련을 필요로 했고 제작자와 작품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 수단이 개량되고 그것이 공장으로 집적되자 짧은 시간 안에 누구나 동일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게되었다. 기계의 등장과 함께 노동자는 그저 기계를 조작하는 인형이 되고 만 것이다.

또 소비 사회에서는 생산물이 하나의 작품으로 공공의 장에 나와 생산자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일은 없다. 과거에 생산 활동은 ‘좋은’ 것을 제작하여 그것을 공적 공간에서 평가받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비 사회에서 생산물은 시장에서 교환되고 소비되는 상품에 불과해졌다. 작품은 상품으로, 장인은 노동력으로, 획일적인 기준 아래 평가받게 되고 만 것이다.


행위인간관계의 그물코

‘행위’에 대해 살펴보자. 아렌트에 따르면 행위에는 다음과 같은 본질이 있다.

•다수성, 타자성, 차이성에 의해 규정된다.
•행위를 통해 우리는 동등하며 각자 다른 존재가 된다.
•세계의 현실성의 조건이 된다.

행위란 국적이나 인종, 성별 같은 차이성을 근거로 각자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인정할 때 성립하는 언론의 영위다.

아렌트는 행위 공간의 모델로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도시국가)를 제시한다. 폴리스라는 공적 공간에서 시민은 차이성을 전제로 고유성과 독자성을 서로 인정하고 ‘공론의 장’에 참가하고 있다. 폴리스의 시민에게는 그곳이 세계의 현실성이나 마찬가지였다. 폴리스란 결코 집이나 공공의 건물로 이루어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행위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그물코’였다. 이런 ‘그물코’를 아렌트는 ‘현상 공간’이라고 부른다.

행위의 핵심은 그 행위의 참가자가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서로 인정하는 점에 있다. ‘현상 공간’에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나타내고 서로 이해한다. 요컨대 행위를 통해 우리는 서로 어떤 인간인
가를 알 수 있다.

아렌트는 행위와 언론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문학,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이 행위에 포함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참가자가 서로 평등하다는 것이다. 대기업 사장도 비즈니스맨도 주부도 학생도 사회적인 권위를 배제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현상 공간’에 참가하여 서로 비평하는 것이 행위의 조건이다.

그러나 아렌트는 근대의 노동 사회에서는 ‘현상 공간’이 쓸데없는 행동으로 정리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탄한다. 요컨대 그럴 틈이 있다면 일하라는 것이다.

모든 가치에 생명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노동 사회에서 행위는 시간 낭비에 불과한 것으로 일축되고 만다.

매거진의 이전글 06. 화가의 아틀리에_귀스타브 쿠르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