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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3. 2017

05. 그레이엄가의 아이들_윌리엄 호가스

<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742년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1697~1764


<그레이엄가의 아이들> 유화, 캔버스, 160.5×181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A: 런던에서 유학하던 나쓰메 소세키가 미술관에서 호가스의 그림을 보고 그의 독자적인 천재성을 예찬한 것은 유명하지만, 그가 본 그림이 어떤 그림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이 그림은 얼핏 보기에 귀족 아이들의 단란한 실내 모습을 그린 것 같지만, 사실은 ‘무서운 그림’입니다.


B: 저는 호가스를 <창부의 인생>이나 <결혼 풍경>처럼 18세기 영국의 비참한 모습을 신랄하게 그리는 판화가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행복한 가족 그림을 그린 게 생소했어요.


A: 맞아요. 나는 알코올 중독의 비참함을 그린 <맥주 골목과 진 골목>(1751)이라는 호가스의 판화를 보고 진을 마신 뒤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시던 습관을 그만두었습니다.


B: 잘하셨네요. 모두 호가스 덕분이에요.


A: 네, 하지만 마티니는 아직도 못 끊고 있어요.(웃음) 그림 속 아이들의 아버지는 영국 왕실 주치의인 대니얼 그레이엄입니다. 귀족과 다름없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레이엄가에도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왼쪽 괘종시계 맨 위에 달린, 전통적으로 죽음의 신을 상징하는 긴 창을 든 큐피드와 오른쪽 새장의 울새를 노리는 무서운 얼굴의 고양이는 그런 상징입니다.



B: 그런가요? 오른쪽 소년이 손으로 돌리고 있는 물건은 오르골 같고, 바닥에 놓인 물건은 나무로 만든 비둘기 장난감 같아요. 맛있는 과일도 있고 모두 즐거워 보이네요.                    


A: 이 그림에 그려진 물건들은 세상의 덧없음(vanitas)을 나타냅니다. 악기나 장난감은 청각이나 촉각을 상징하는 부속물로서 쉽게 부서짐을 의미해요.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고양이 앞의 새처럼 늘 죽음의 위기가 함께했습니다. 조사해보니 예상대로 언니의 손을 잡고 새장을 가리키는 왼쪽의 아이는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이미 병으로 죽은 뒤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이가 살아 있을 때의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했겠지요.



B: 그림에서는 이렇게 건강해 보이는데 놀랍네요.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화가가 고양이에게 부여한 역할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왜 호가스는 고양이에게 악역을 맡긴 걸까요?                    


A: 그야 어쩔 수 없지요. 이 화가는 자화상에도 애견을 그려서 퍼그(Pug) 화가라고 불릴 정도의 애견가였으니까요. 고양이가 이번엔 상대를 잘못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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