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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질문을 통해 답을 찾는 소통가, 세종

<휴마트 씽킹>

by 더굿북

1만 800여 장에 달하는 『세종실록(世宗實錄)』을 살펴보면 세종이 자주 사용했던 말버릇을 발견할 수 있다. 어전회의를 주재하고 경연하면서 가장 많이 썼던 표현은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였다. 국가의 중대사를 논할 때도, 집현전 학사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일 때도 가장 먼저 신하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생각이 이미 굳게 정해져 있을 때도 세종은 다른 사람의 의견부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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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뿌리깊은 나무


질문은 왜 중요한가. 아인슈타인은 “과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질문은 과학을, 넓게는 세상을 발전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주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질문은 호기심에서 비롯되고, 호기심은 고민과 사유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좋은 질문은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토론에서 바른 합의점을 찾아가는 핵심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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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뿌리깊은 나무

세종은 공부에서뿐만 아니라 정치를 행함에 있어서도 질문을 자주 했다. 타인의 생각을 들으며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기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격한 토론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좋은 질문은 훌륭한 토론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세종은 그 누구보다 훌륭한 커뮤니케이터였다고 할 수 있다.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의 저서 『세종의 적솔력』을 보면 『세종실록』에 기록된 세종의 훌륭한 치세를 압축한 52가지의 사자성어가 나온다. 이중 상당 부분은 좋은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고, 이를 통해 올바른 합의점을 찾아갔던 세종이 얼마나 뛰어난 소통 능력을 지녔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 이위하여(以爲何如)
‘질문으로 먼저 말문을 열라’는 뜻이다. 세종은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라는 물음으로 모든 회의를 시작했다. 신하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그들이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훌륭한 소통의 첫 번째 조건이다.

• 문어농부(問於農夫)
‘농부에게 물었다’는 뜻으로, 모든 답은 현장에 있음을 의미한다. 세종은 재위 7년이 되던 1425년, 가뭄이 극심해지자 직접 현장을 다니며 백성들의 어려움을 경청했다. 백성의 근심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며 함께 고민하고 슬퍼했다. 조세 제도를 정립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고, 과거시험의 주제로 삼기도 했다.

• 사자지익(師資之益)
선한 사람은 선하지 못한 사람의 스승이 되고, 선하지 못한 사람은 선한 사람의 근본이 된다는 노자의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세상에 스승 아닌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누구나 타인의 스승이 될 수 있고, 그렇기에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배워야 한다. 좋은 의견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우여허지(又予許之)’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 간행언청(諫行言聽)
‘잘 듣는 것이 사람의 의지를 크게 한다’는 뜻이다. 세종은 신하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고, 자신의 철학이 깃든 주장은 꼭 치세에 반영하려고 애를 썼다. 이를 위해 국가의 중요 사안이 있을 때는 ‘끝장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 심열성복(心悅誠服)
‘진심으로 기뻐하며 복종한다’는 뜻이다. 세종은 대화하는 상대를 감동케 하는 일이 많았다. 소통의 과정에는 감동이 배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세종은 모든 영역에서 훌륭한 소통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왕이었다. 질문을 통한 공부는 다양한 사람의 지식을 한데 모았고, 집단지성을 통해 지혜를 키워나가는 발판이 됐다. 질문을 통한 정치는 독선에서 벗어나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토론이란 과정을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한데로 모으는 합의의 효과도 있었다. 진정한 공부는 자신보다 나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게 아니라, 함께 지식을 나누며 지혜를 키워가는 것이다. 세종은 참된 공부의 원리를 잘 알고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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