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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7. 2017

08. 밤의 카페, 지누 부인_폴 고갱

<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888년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밤의 카페, 지누 부인> 유화, 캔버스, 73×92cm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 


A: 고갱은 파리에서 남프랑스로 이주한 고흐를 따라서 1888년 10월 아를로 갔습니다. 고흐는 자신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도 경치 좋은 곳에 화가들을 불러 모아 예술가 마을을 세우려는 몽상을 했습니다.

B: 하지만 결국 고흐와 함께한 화가는 고갱 혼자였죠? 둘은 크게 다툰 후 크리스마스 이브에 고흐가 본인의 귀를 자르는 사건이 생기고 고갱이 그곳을 떠나면서 관계가 끝이 납니다.

A: 고흐보다 다섯 살 위의 고갱은 세계 각지를 여행한 지식인으로 자유로운 상징파였고, 고흐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중시하는 표현적 사실주의자였습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방법론으로 회화의 혁신을 목표로 삼아서, 한 번 토론이 시작되면 끝날 줄 몰랐습니다. 고갱은 고흐에게 눈앞의 사생만 하는 것은 틀린 방법이므로 기억과 상상을 동원하라고 권합니다. 고갱이 그린 이 그림은 아를에 있는 카페 주인의 부인, 지누의 초상입니다. 고흐도 즐겨 가던 카페 실내를 그려 <밤의 카페>(참고도판)라고 했습니다. 고흐는 편지에서 고갱이 이 그림을 한 시간 만에 완성했다고 감탄해요.

<밤의 카페>, 반 고흐, 1888, 예일대학교 미술관 


B: 고갱은 여기에 고양이도 그려 넣었어요. 당구대는 지금과는 형태가 다르네요.

A: 가와모토 씨는 그림 속 당구대를 본 적이 없지요? 옛날 당구대에는 구멍이 없었어요. 나는 그런 사실을 아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르겠네요. 3구 게임이나 4구 게임은 흰색 공으로 붉은색 공을 맞춰 점수를 내는 것인데, 점수는 주판알 같은 도구로 계산을 합니다. 그림 속 테이블 위에는 공이 3개만 있으니 3구 게임인데, 아무도 하려는 사람이 없네요. 밤이 늦어 취했거나 매춘부와 교섭을 하는 것 같아요. 고양이가 테이블 밑에 있는 걸 보니 이제 문을 닫을 시간이네요. 


만약 게임 중이라면 테이블 아래는 시끄러운 데다 사람들 발에 차일지도 모르니까요. 지누 부인도 “귀찮게 아직 손님이 있네”라는 표정이에요.

B: 이렇게 고갱은 고양이의 존재로 주위 환경을 암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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