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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7. 2017

04. 나이 들면 무슨 재미로 사냐고?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의 표지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검은 색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습니다. 액자 속 그림도 검은색, 피아노 밑에는 검둥개가 엎드려 있고, 피아노 의자에 어린아이와 나란히 앉아 있는 할아버지 옷도 검은색입니다. 그러나 반짝거리는 피아노 뚜껑에는 창밖의 파란 하늘과 날아가는 하얀 새 그리고 초록 나무가 거꾸로 비쳐 보입니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그림책인 줄 알았는데 노년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이젠 부모도 친구도 남편도 아내도 없이 밤낮 혼자 보내야 하는 노인은, 지금도 빈집에 홀로 계실 제 친정어머니입니다. 아들딸들은 찾아올 시간도 전화해줄 시간도 없지만 그래도 날마다 전화기 옆에서 전화벨 소리만 기다리는 노인은, 매일같이 만나는 복지관 어르신들입니다.

설렁탕 집에 들어서니 홀에는 4인용 식탁이 여섯 개 있었고, 방에는 단체손님이 앉기 편하게 밥상이 세 개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약간 비껴난 때였는데 이름난 집이라서인지 방안 단체석에는 어르신들이 열 분 정도 앉아계셨고, 홀의 탁자 중 두 개 역시 어르신들 차지였습니다.

동창 모임인 듯 보이는 방안에서는 쉬지 않고 왁자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제 등 뒤쪽으로는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는데, 연이은 웃음소리에 방 쪽을 흘낏 쳐다보더니 소곤거립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야, 그런데 사람은 늙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나는 가끔 그게 궁금하더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담에 내가 늙어보고 나서 얘기해줄게. 호호호.”

앞날이 창창한 20대 젊은이들은 나이 먹어 주름지고 등이 구부정한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재미라고는 통 없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사실 세상의 온갖 재미와 즐거움을 맘껏 누리는 것은 젊은 사람들이고, 거기에 맞춰 모든 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 것 또한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르신들에게는 재미도 즐거움도 없을까요?

노인대학 수업시간에 ‘내가 요즘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를 주제로 그룹토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각 그룹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니 공통점은 물론이고 저절로 순위까지 정해졌습니다.

‘식구들 모여서 밥 먹고 이야기 나눌 때’가 1위였고, ‘자식들이 찾아올 때’가 2위, 그리고 ‘손주들 자라는 것 볼 때’와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 보낼 때’가 공동 3위였습니다. 그 밖에 자식들의 승진, 손주들의 상급학교 진학, 부부 해로, 취미활동 할 때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니, 젊어서는 생활의 소소한 일들이 진짜 즐거움이고 그게 바로 사는 재미라는 것도 모른 채 그저 정신없이 살아 후회스럽다고 했습니다. 지내놓고 보니 즐거움을 많이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후회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어서일까요. 많은 어르신들이 주어진 시간을 재미있고 알뜰하게 보내면서 젊었을 때와는 또 다른 행복을 찾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그러니 나이 먹으면 아무런 즐거움도 재미도 못 느낄 거라는 짐작은 나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슨 일이든지 직접 경험해보면 그전에 막연하게 갖고 있던 짐작과는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곤 합니다. 나이도 마찬가지여서 실제로 나이 들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나 봅니다. “너도 늙어봐라! 너도 내 나이 돼봐라!”


내 인생의 화양연화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 최고의 시간들

1.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2.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느낄 때?

3. 지금, 나이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일은?

4. ( )때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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