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4차원 인쇄가 마술을 부린다?

<4차 산업혁명은 없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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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지하에 매설한 수도관이 파손되어 누수가 발생하면 땅속을 파헤치는 공사를 벌여 새것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도관 스스로 파열된 부분을 땜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면 구태여 보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조립을 하거나, 새로운 모양으로 바뀌거나, 바람직한 특성으로 변화하는 물질을 ‘프로그램 가능 물질(PM: Programmable Matter)’이라 이른다.

프로그램 가능 물질은 3차원 인쇄(3D printing)의 연장선상에 있다. 3차원 인쇄 또는 첨가제조(additive manufacturing)는 3차원 프린터를 사용하여 원하는 물건을 바로바로 찍어내는 맞춤형 생산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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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미국에서 개발된 3D 인쇄는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건물을 세우는 것처럼 미리 입력된 입체 설계도에 맞추어 3D 프린터가 고분자 물질이나 금속 분말 따위의 재료를 뿜어내 한 층 한 층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완성한다. 3D 인쇄는 초콜릿이나 인공 장기처럼 작은 물체부터 무인항공기나 자동차 같은 큰 구조물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일로에 있다.

프로그램 가능 물질기술은 3차원 인쇄에 사용된 물질에 프로그램 능력, 이를테면 물질 스스로 조립하거나 모양 또는 특성을 바꾸는 기능을 추가하기 때문에 4차원 인쇄4DP라고도 한다.

1990년대 초부터 몇몇 과학자가 상상한 프로그램 가능 물질은 2007년부터 본격적 연구가 시작된다.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초소형 로봇이 더 큰 군사용 로봇으로 모양이 바뀌게끔 설계 및 제조하는 사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가능 물질 연구는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접근 방법이 실현되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연구진은 물체가 특정 자극에 반응하여 다른 모양으로 바뀌도록 미리 프로그램을 해두는 방법을 채택하여, 가령 뱀처럼 생긴 한 가닥 실이 물속에 들어가자 모양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는 3차원 인쇄 도중 물체의 특정 구조에 특수 기능을 내장시키고 인쇄가 완료된 뒤 외부 신호로 그 기능을 자극하여 물체의 전체 모양이 바뀌게끔 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펜타곤은 4차원 인쇄로 위장용 군복을 개발하는 사업에 100만 달러 가까이 투입했다. 프로그램 가능 물질인 이 군복은 주변 환경과 병사의 신체 상태에 따라 스스로 외부 열을 차단 또는 흡수하는 기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펜타곤은 궁극적으로 영화 「터미네이터 2」의 로봇과 비슷하게 장애물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변신 로봇 개발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 프로그램 가능 물질은 거의 모든 물체에 활용될 전망이다. 2014년 5월 미국 국제 문제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이 발행한 보고서 「다음 물결(The Next Wave)」은 4차원 인쇄에 대한 최초의 전략 보고서답게 프로그램 가능 물질 사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옷이나 신발이 착용자에게 맞게 저절로 크기가 바뀐다. 상자 안에 분해되어 들어 있던 가구가 스스로 조립하여 책상도 되고 옷장도 된다. 도로나 다리에 생긴 균열이 스스로 원상복구된다. 비행기 날개가 공기 압력이나 기상 상태에 따라 형태가 바뀌면서 비행 속도를 배가한다.

자기 조립하는 건물도 실현 가능하다. 용지 위에 건물 부피만 한 프로그램 가능 물질을 쏟아붓고 해당 구조에 전기통신 및 배관 공사를 지시하면 온전한 건물 한 채가 완성된다. 특히 달이나 화성에 건물을 지을 때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우주 궤도에 작은 부품 상자를 쏘아올리고 스스로 통신위성으로 조립하게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애틀랜틱카운슬 보고서는 프로그램 가능 물질을 사용하면 자유자재로 필요한 기능을 가진 물체로 바꿀 수 있으므로 자원의 재사용이 가능하여 지속가능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4차원 인쇄에도 문제가 없을 수 없다. 가령 자기 조립 건물의 프로그램이 해킹당해 붕괴하면 그 안의 사람들은 어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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