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없다>
바다의 생물 중에서 가장 무서운 물고기로 알려진 것은 상어이다. 1975년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출세작인 「죠스(Jaws)」는 상어가 바닷가 마을의 피서객을 습격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상어는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을 베어 무는 것으로 악명이 높지만 실제로 상어에게 물려 죽은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평균 4건에 불과하다. 오히려 인간이 매년 1억 마리나 상어를 잡아먹는다. 상어 지느러미 수프는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음식 중 하나이다.
상어는 바닷물 속에서 시속 50킬로미터로 헤엄칠 수 있다. 이는 어지간한 구축함보다 빠른 속도이다. 상어 피부는 매끄러울 것 같아 보이지만 지느러미 비늘에는 삼각형 미세돌기가 돋아나 있다. 10~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돌기는 조개나 굴보다 훨씬 작아서 손으로 만지면 모래가 붙은 사포(砂布) 감촉으로 겨우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돌기는 대개 물속에서 주위에 불규칙한 흐름, 곧 와류를 생기게 하므로 매끄러운 면에 비해 마찰저항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80년 미국 과학자들은 상어 지느러미 비늘에 있는 미세돌기가 오히려 마찰저항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작은 돌기들이 물과 충돌하면서 생기는 작은 소용돌이가 상어 표면을 지나가는 큰 물줄기 흐름으로부터 상어 표면을 떼어놓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물과 맞닿은 표면마찰력이 최소화하고 결국 물속에서 저항이 감소되므로 상어가 빠른 속도로 물속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상어 비늘이 일으키는 미세한 소용돌이가 표면마찰력을 5%나 줄여준다.
경기용 수영복 제조업체인 스피도(Speedo)는 상어 지느러미 표면의 돌기 구조를 모방한 전신수영복을 만들었다.
패스트스킨(Fastskin)이라 불리는 이 제품에는 상어 비늘에 달려 있는 삼각형 미세돌기 같은 것이 붙어 있다.
이처럼 수영복 표면을 약간 거칠게 만들면 선수 주위에서 빙글빙글 맴도는 작은 소용돌이를 없애주기 때문에 100미터 기록을 0.2초 정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0.01초를 다투는 수영 신기록 경쟁에서는 이만저만한 시간 단축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금메달 33개 중 28개를 휩쓸어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선수 25명 중 23명이 스피도 수영복을 입었다. 2009년 3월 국제수영연맹(FINA)은 전신수영복 착용을 금지하고 남자는 허리에서 무릎까지만, 여자는 어깨에서 무릎까지만 덮을 수 있도록 했다.
상어 피부의 비늘에서 영감을 얻은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과학자들은 항공기 날개에 바르면 공기저항을 크게 감소시키는 페인트를 개발했다. 2010년 선보인 이 상어 페인트가 전 세계 항공기에 사용될 경우 연간 총 450만 톤의 연료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되었다. 2017년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할 예정인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A350 XWB) 동체와 날개에도 이런 페인트가 사용되어 마찰저항을 크게 줄여 연료비가 대폭 절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어 피부의 비늘은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달라붙어 서식하지 못하게끔 하는 특성이 있다. 2007년 미국 기업 샤클렛(Sharklet)은 상어를 본뜬 플라스틱 필름을 선보였다. 샤클렛 필름을 항공모함이든 어선이든 선체에 바르면 각종 해양생물의 부착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부착물 때문에 추가로 소모되는 연료비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선박을 매년 한두 번씩 물 밖으로 끌어내 선체를 청소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호주 청색기술 전문가 제이 하먼에 따르면 샤클렛 필름은 박테리아가 의료기기, 주방용품, 각종 손잡이에 달라붙어 번식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인기 상품이 될 것 같다.
2013년 7월 펴낸 『상어의 페인트솔(The Shark’s Paintbrush)』에서 하먼은 “지구상의 생물은 새로운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거의 무제한적인 기회를 선사한다. 그것은 기업가의 꿈”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