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포스트휴먼이 현생인류 대체한다?

<4차 산업혁명은 없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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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 곧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 같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여러 가설이 제안되었지만 아직 합의된 것은 없다. 현생인류 조상의 뇌가 확대를 거듭해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다는 가설도 있고, 기후변화로 네안데르탈인 등 경쟁자들의 세력이 약해져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설명도 있다.

최근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협동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지구의 당당한 주인이 되었다는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인류학자인 커티스 매린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8월호 커버스토리로 실린 글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관계없는 사람들과 협동하는 성향을 유전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에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이스라엘 히브루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역시 호모 사피엔스가 집단적으로 협력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에 경쟁자를 멸종시켰다고 주장했다.

2014년 9월 펴낸 『사피엔스』에서 하라리는 인류 역사의 진로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 3대 혁명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설명했다. 15만 년 전 동부아프리카에 살고 있던 인류 조상은 변방의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7만 년 전 그들은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가 경쟁자들을 몰살하기 시작한다. 7만 년 전 시작된 인지혁명으로 마침내 인류 역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하라리는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스스로 생물학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지점”이라고 표현했다.

1만 2,000년 전의 농업혁명은 역사의 속도를 빠르게 했고, 불과 500년 전 시작된 과학혁명은 인류는 물론 모든 생명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라리는 『사피엔스』 끄트머리에서 “과학기술에 의해 호모 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전공학과 사이보그기술에 의해 현생인류를 대체할 미래인류, 곧 포스트휴먼(Posthuman)이 등장할 날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포스트휴먼은 ‘현존 인간을 근본적으로 넘어서서 현재 우리의 기준으로는 애매모호하게 사람이라 부르기 어려운 인간’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포스트휴먼으로는 슈퍼인간과 사이보그가 거론된다.

슈퍼인간은 유전공학의 산물이다. 2020년대가 되면 유전자 치료가 거의 모든 질병을 완치시킬 전망이다. 정자나 난자를 다루는 생식세포 치료의 경우 변화된 유전적 조성이 그 환자의 모든 자손에게 대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질병 치료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생식세포에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능・외모・건강을 개량하는 유전자를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맞춤아기(designer baby)가 생산된다. 2030년대에 설계대로 만들어진 주문형 아기가 출현하면 유전자가 보강된 슈퍼인간과 그렇지 못한 자연인간으로 사회계층이 양극화된다. 슈퍼인간은 자연인간과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하여 그 자손을 퍼뜨려 결국 현생인류와 유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종으로 진화될 수 있다.

미래인류의 두 번째 형태는 사이보그이다. 사이보그는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물을 뜻한다. 과학기술로 몸과 마음의 기능을 개선시킨 사람들, 이를테면 인공장기를 갖거나 신경보철을 한 사람, 예방접종을 하거나 향정신성 약품을 복용한 사람은 모두 사이보그에 해당한다.

특히 신경공학에 의해 뇌 기능이 향상된 사이보그가 출현할 전망이다. 가령 뇌에 이식된 송・수신장치로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직접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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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발달로 머지않아 많은 사람이 사이보그로 변신함에 따라 사람과 기계, 곧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진다. 사람과 기계가 한 몸에 공생하는 사이보그인간은 자연인간을 심신 양면에서 압도적으로 능가할 것이므로 포스트휴먼으로 분류된다.

하라리처럼 호모 사피엔스가 슈퍼인간이나 사이보그인간에게 지구의 주인 자리를 내어놓게 될 운명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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