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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25. 2017

03. "한국인들은 자기들이 백인인 줄 알아요."

<그건 혐오예요>

이 세상에 과연 순수한 민족이 있을까. 대체 피가 순수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유전자 검사를 해 보면 나올까. 그런데 정말 순혈 단일민족 유전자를 지닌 한국인이 있기나 할까. 무엇을 기준으로 순수한 혈통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일까.

단일민족이란 말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현숙의 지적처럼 ‘단일민족’이란 말은 굳게 믿고 싶은 상상계, 즉 ‘신화’다. 실제로 ‘한민족’이란 관념은 일제 치하에서 일제와 차별되는 단일한 민족 동일성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생긴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부산물이다. 그런데도 단일민족이라는 관념에 젖어 있는 한국인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순혈’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혼혈’ 또는 외국인을 차별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모든 이주민을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건 아니다. 통일을 염원한다면서 탈북민은 멸시하고, 한민족이라면서 미국·서유럽 교포는 환대해도 중국·러시아 교포는 차별하는 게 우리다. 부유한 선진국에서 온 사람은 비굴하게 추종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온 사람은 깔보고 경멸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 우리다. 피부가 하얀 백인보다 피부가 어두운 동남아시아인, 흑인을 혐오하는 것이 우리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다르지 않다. 이중성이다. 주체성과 균형감각을 상실한 사람이 보이는 태도다. 집권 정당의 대표가 자원봉사 나온 흑인 유학생에게 “얼굴이 연탄색”이라며 대놓고 농담하는 게 한국 사회다. 더 큰 문제는 그 말이 모욕적이고 인종 차별적이라는 것 자체를 그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서구 백인 중심의 촌스럽고 천박한 차별 의식인 거죠. 한국 사람은 국적,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해요. 예를 들어 우리는 같은 아시아인인데도 동남아에서 온 사람과 일본인을 구별해요. 피부색이 희면 이 사람 뭐 있나 보다며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러러보고 더 잘 대해 주고. 얼굴이 까맣다면 깔보고 막 대하고 함부로 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가 백인인 줄 알아요. 서양인인 줄 착각하는 거예요. OECD 가입했다 경제 발전했다는 우월감에 우리가 제1세계 사람인 줄로 아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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