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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31. 2017

08. 오르는 지역의 아파트가 또 오른다.

<다가오는 3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나리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에서 시작해 부동산과 주식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지금 양극화 현상으로 소수가 전체 이익을 독식하는 승자독식의 사회다. 아파트시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일부 사람들은 아파트는 콘크리크로 건축된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로, 정작 현대건축의 탄생지인 유럽에서는 아파트가 가난한 이민자, 도시 빈민자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만 아파트를 선호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국토의 약 70%가 산지이고 이제는 개발할 수 있는 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그리고 인구밀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공간에 집합건물을 되도록 높이 올려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가 주거공간의 편리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 지역에 따라 양극화가 현저하게 진행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누구는 집 한 번 잘 사서 부자가 됐고 또 누구는 집 한 번 잘못 사서 더 가난해졌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진 사회가 되었다. 집 한 번 사고파는 일이 근로소득을 앞질러 개인의 부를 결정짓는 나라가 정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어쩌면 죽는 그날까지 아파트와 씨름하면서 살아야 할 운명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아파트공화국 대한민국의 슬픈 현주소다. 

나는 사회생활 중 대부분의 시간을 강남에서 보냈다. 내가 매년 느끼는 강남의 변화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남에는 곳곳에 저층의 아파트단지가 있었고 중간 중간에 재래시장과 낡고 허름한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는 곳들이 꽤 있었다. 

국정원과 헌인릉을 비롯해 간혹 가다가 전원주택풍의 집만 드문드문 있었던 내곡동이나 자곡동, 비닐하우스가 평야를 가득 메우고 있던 장지동, 우리 시대에 병영집체훈련을 받기 위해 입소했던 문무대가 있던 곳은 위례신도시로 바뀌어 현재는 고층아파트가 상전벽해를 이루고 있다. 짧은 시간에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강남은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고층아파트가 있다. 주거환경은 더 좋아졌다. 수서에서 양재로 이어지는 대모산, 우면산 녹지벨트는 자연이 강남에 선물한 천혜의 환경이다. 그래서 “강남을 대체할 아파트단지는 대한민국에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오르는 아파트는 오를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강남은 10년간 계속된 부동산 침체기가 지나면서 가장 먼저 전고점을 회복하고 신고가를 다시 쓰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나는 나이를 더 먹으면 서울 외곽의 신도시 중에서 녹지비율이 높고 생활편의시설이 성숙된 지역에서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리하여 시간이 나면 신도시 곳곳을 찾아 다녔다. 그래서 찾아낸 곳이 일산 신도시의 식사지구 풍동지구, 파주 운정신도시, 용인시의 동백지구 구성지구 등이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타 지역에 배해 대형 평수의 공급물량이 많고 분양 당시의 가격에 비해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퇴 이후의 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살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지만 생활여건에 비해 경제성은 저평가 되어 있으며 문제는 앞으로도 가격이 더는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앞에 열거한 지역의 아파트는 강남아파트 가격과 매우 차이가 난다. 투자 관점만 보고 평가한다면, 대한민국 아파트는 주거환경의 편의성이 아니라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이 사실은 대한민국 부동산이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파트시장의 가격 양극화는 절대적으로 지역적인 영향을 받을 뿐, 정부의 정책 등 다른 요소는 후자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양극화라는 말을 자주 한다. 또한 판에 박힌 듯 서울 강남권 역세권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방권은 부산은 해운대, 대구는 수성구 등 해당 지역의 핵심권역에 투자하면 된다고 너무 쉽게 말한다. 그러나 전체로서의 시장이 아니라 부분, 지역 중심의 투자는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 해당 지역에서도 디테일하게 보면 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많다. 부산 해운대구만 해도 지역 범위도 매우 넓고 위치에 따라 차이가 크다. 따라서 획일적으로 어느 지역은 어떨 것이라는 말은 실수요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나는 우리 시대의 경제흐름을 읽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양극화라고 믿는다. 이는 특정 경제섹터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산업 전반에 걸쳐서 이 현상은 보편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경제흐름을 즉각 반영하는 주식시장에서도 잘나가는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 잘나가는 업종 내에서도 대표기업과 마이너기업 간의 주가 차이는 매우 크다. 

새 정부 들어와서 코스피지수는 연일 신고가를 다시 쓰고 있지만 소수의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주가차익을 독점하는 구조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양극화는 현저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중소도시의 부동산은 죽을 쓰고 있지만 인구유입의 증가로 상권이 부활하는 곳 역세권의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인구감소의 시대에 인구이동으로 발생하는 지역 간 인구 밀집도의 차이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개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인 아파트는 지역적 차이에서 오는 가격의 양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이 흐름은 인구절벽, 인구편중 현상에 의해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아파트를 주거공간의 개념을 넘어서 투자이익까지 얻을 수 있는, 즉 두 마리 토끼를 다잡기 위해서는 어느 지역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어느 곳의 아파트가 좋은지는 알겠는데, 막상 사려고 하면 너무 오른 것 같아 부담스럽고, 가격이 조정국면에 들어가면 사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가격이 떨어지면 사기가 겁난다. 

투자 시기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누구도 대신 결정해 줄 수 없으며, 지역을 추천해도 그 안에서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디테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점은, 부동산시장에서 만고의 진리는 오르는 지역의 아파트가 또 오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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