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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05. 2017

00. <손바닥 위 미술관> 연재 예고

<손바닥 위 미술관>

명화 감상은 관찰과 의문에서 시작된다!

손바닥 들여다보듯 쉽게 읽어내는 명화 감상법!

책을 쓰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 책을 보게 될 독자 여러분이 그동안 예술을 얼마나 접해보았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평소 예술에 관심은 없지만 심심하던 차에 마침 눈에 띈 이 책을 집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유럽 여행 중 길거리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옛 건축물을 보고 그 건축 양식이 고딕인지, 바로크인지 궁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이내 ‘됐어,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지, 뭐’ 하며 그냥 지나쳤거나, 그 이상 깊은 관심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도 다 한 번씩 가보는 곳이라는 이유로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가본 적도 있겠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눈길을 끄는 예술작품을 만났지만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몰라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다 나왔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이 책을 집어 들었다는 건 이제는 조금 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어쩌면 이전에 서양미술사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1만 년 전 구석기 시대의 컴컴한 동굴 벽에 그려진 소 그림부터 다루는 것을 보고는 기가 질려서 손을 뗀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에 그렇게 오래전 미술부터 차례로 공부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저 <모나리자>가 궁금하다 싶을 땐 <모나리자>에 대한 부분을, <인상 해돋이>가 관심을 끈다 싶을 땐 그에 관한 부분을 찾아보는 식으로 취미 삼아 편안하게 시작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께 “이 예술사 관련 책들은 언제 사신 거예요? 왜 사셨어요?”라고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선 짧고 임팩트 있게 말씀하셨습니다. “할인하더라.” 그리고 그런 고급스러운 책들을 싸게 산 것만으로도 이득이라고 하시며 “나중에 퇴직하고 시간 되면 제대로 읽게 되겠지”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공부하겠노라며 제 아버지처럼 훗날 여유로울 때를 기약하거나 특별히 시간을 확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할 때 언제든 편안한 마음으로 조금씩 즐기듯 알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고백하자면 이 글을 시작하며 예로 든 몇몇 유형이 전부 예전의 제 모습들입니다. 예술사를 공부하기 전에는 저도 예술작품 앞에서 지레 겁을 먹고 피하곤 했습니다. ‘예술 감상은 시간 많고 돈 많은 상류층이 즐기는 고급스러운 취미 혹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교양’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공부한 예술작품을 처음으로 눈앞에서 직접 감상했을 때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림의 제목과 화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품에 숨어 있는 화가의 이야기나 시대적 배경, 기법에 대한 지식, 예술사조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그림을 마주했더니 그 작품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저에게 들려주었거든요.

저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그림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예술작품 감상의 첫걸음은 먼저 작품을 샅샅이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을 보더라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아주 꼼꼼히 말입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나중에 작품을 직접 보게 되었을 때 머릿속에 외워둔 지식을 떠올리느라 정작 그림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돌아서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로만 익히는 예술 공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림을 잘 아는 사람들이 그림을 ‘본다’라는 표현 대신 ‘읽는다’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은 애초 몰랐던 작품도 곧잘 해석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들이 그림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꼼꼼히 관찰하는 습관을 갖고 그림을 알아가다 보면 여러분도 어느새 그림을 읽는 능력을 키우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속 인물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하거나 그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림 속에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그 수준에 이른다면 그림 감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됩니다.

이 책에 풀어놓은 제 경험들이 예술 감상에 대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예술작품 속에 펼쳐진 세상을 들여다보는 진짜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자 l 동요우요우

저자 동요우요우(董悠悠)는 서양 미술 탐정, 중국 인터넷 쯔후(知乎)에서 ‘왜곡된 예술사’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미술 전문 칼럼니스트. 중국 상하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프랑스의 명문 엑스 마르세유 대학으로 유학하여 미술사와 고고학을 전공했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도 관심이 많아 공부 중이다. 프랑스 아를의 ‘고대 극장 복원 프로젝트’에 문화재 복원팀 소속 인력으로 참여했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며,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다. 세계의 주요 예술 현장이라면 어느 곳이건 불쑥 출몰하는 경향이 있으며, 요새는 미술 작품을 대중에 알기 쉽게 설명하는 예술 전도사가 되어 글 쓰는 일에 전념 중이다.

HTTPS://ZHUANLAN.ZHIHU.COM/HISTART 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목차 및 일정]

01. 왕이 빠진 왕의 초상화?
02. 루이 15세는 어디에 있는 걸까?
03. '이것'이 없으면 볼 수 없는 그림 
04. 샤를 아메데 필립 반 루_화가의 자소서
05. 장미꽃잎이 흐드러진 낭만적인 작품?
06. 황제와 그의 측근들 이야기
07. 아름다움을 위한 예술, 유미주의
08. 로렌스 알마-타데마 경_화가의 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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