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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05. 2017

04. 어떻게 늑대가 개로 변신했을까?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석기시대에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거대 육상동물 가운데 85퍼센트 정도가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거대 나무늘보, 거대 웜뱃(wombat), 거대 캥거루, 그리고 매머드급 매머드가 사라졌다.

거대 나무늘보, 거대 웜뱃


거대 캥거루, 매머드급 매머드



그런데 심장이 뛰는 존재라면 닥치는 대로 죽여 없앴던 석기시대 선조가 일부 동물을 살려주고 반려동물로 삼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인류의 가장 오랜 친구인 개가 사냥꾼과 파수꾼이라는 두가지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벨기에의 고예(Goyet) 동굴에서 발견된 동물 뼈는 과학적 측정을 통해 3만 1,7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데, DNA 분석을 통해 의도적인 번식 계획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늑대 뼈는 아니었으니 뼈의 주인은 가장 초기 버전의 개였음이 분명하다.

고예 동굴



우리가 운동화를 신고 뒤편 베란다에서 목줄을 가져온 다음에 현관문을 활짝 열자 충직한 사냥개가 지나가는 차를 보고 껑충껑충 내달린다. 녀석이 차에 치일까봐 걱정된 우리가 “그대로 있어!”라고 외치자 힘차게 움직이던 네 다리가 순식간에 멈춘다. 우리 개는 깐깐한 규칙에 진저리를 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한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우리 조상이 인간의 지시에 기꺼이 복종하는 동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놀랍다.


어떻게 그 일이 가능했을까? 다 자란 늑대에게 “몸을 굴려봐. 죽은척 해봐”라고 외쳤을 리는 없다. 그랬다가는 목덜미가 뜯기는 참사가 발생했을 테니까. 그 비결은 갓 태어난 새끼 늑대를 잡아와 사람들 틈에서 키운 다음에 같은 방법으로 ‘길들여진’ 늑대와 교배했으리라 추정된다. 공격성이 덜한 늑대를 선택하여 짝을 지어주다 보면 유전적으로 살육 본능이 약화된 자손이 태어났을 테고, 이렇게 해서 으르렁거리던 늑대는 여러 세대 후에는 짖는 소리를 내고 똘똘하며, 인간과의 소통을 원하고 실내화를 물어다주며 집배원을 못살게 구는 개로 진화했을 것이다.


놀랍게도 늑대가 개로 변신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강력한 유인이 있을 때는 진화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1959년 러시아의 과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Dmitri Belayev)는 야생 여우를 선택하여 길들이고 교배하는 실험을 한 결과, 10세대 만에 공격성이 덜할 뿐 아니라 유전자 변화에 따라 외모와 생식주기까지 바뀐 여우를 얻었다. 성격 특성을 기준으로 동물을 선택하면 뜻하지 않게도 신체 특성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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