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대화로 아이의 관찰력과 상상력을 키워라.

<내 아이를 위한 칼 비테 교육법>

여기에서 말하는 토론은 서로 의견을 격렬하게 나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저 대화를 의미할 뿐입니다.

서양의 토론 문화는 밀폐된 공간보다 탁 트인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만나서 산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자들과 이곳저곳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소요학파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자유롭게 이리저리 거니는 것을 ‘소요(逍遙)’라고 하잖아요. 거기에서 따온 것입니다.

칼 비테도 아이와 함께 아침 식사 전에 산책을 했습니다. 두세 시간 동안이나 말이에요. 대화의 내용은 주로 인문고전에서 읽은 것들이었습니다. 이때 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칼과 비슷한 교육을 받은 존 스튜어트 밀의 경우에는 밀이 훨씬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이나 자신이 느낀 바를 아버지에게 쉼 없이 이야기했던 것이죠. 어쩌면 그래서 존 스튜어트 밀이 칼 비테 주니어보다 뛰어난 천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칼 비테는 산책을 통해 관찰력을 키워주려고 했습니다. 천재 수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기억력이 엄청나게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타고났다기보다는 교육에 의해 키워진 것이라고 합니다. 해밀턴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삼촌 밑에서 자랐습니다. 삼촌은 해밀턴을 친자식처럼 예뻐했습니다. 삼촌은 해밀턴과 같이 놀이를 했는데 그중 ‘기억력 놀이’라는 것을 자주 했습니다. 함께 거리를 쭉 걸은 다음 지나온 길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하는 놀이였습니다. 한 사람이 일부러 틀리게 설명하면 무엇이 틀렸는지를 찾아내는 게임도 했습니다. 칼 비테도 아들에게 이와 비슷한 교육을 했습니다. 백화점이나 시장을 지난 후에 방금 진열대에서 무엇을 봤는지 물어보는 식이었죠. 그 사물이 무엇이고 용도가 무엇인지를 물은 다음 제대로 대답을 하면 맛있는 사탕이나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칼의 기억력도 계발되었습니다.

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상상력은 사람의 살과 같다. 그러므로 상상력이 없는 사람의 인생에는 그저 앙상한 뼈마디만 존재할 뿐이다.”

칼 비테 역시 아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 무한히 노력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아시아의 신화와 전설에 이르기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려주었습니다.

칼 비테가 재미있는 화제를 던지면 칼은 신나게 상상력을 펼쳤습니다. 인도 문명, 중국 문명, 이집트 문명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는 머릿속에서 전 세계를 종횡무진 돌아다녔습니다. 배를 타고 인도와 중국에 가기도 하고 나일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눈이 가득한 북극에 갔다가 다시 꽃향기가 가득한 실론 섬으로 떠납니다. 공간 이동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몇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스파르타 사람들과 함께 트로이 군대를 물리치는가 하면 오디세우스의 배를 타고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따라 원정을 떠나기도 했지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역사와 지리에 대해 살아 있는 지식을 얻었습니다.

상상력은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 인류적인 것 등으로 나뉩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야 아이의 상상력이 자극될까요? 가장 쉽게 떠오르는 방법으로는 역사적인 인물들의 업적을 생각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보는 거예요. “정약용이 유배를 가고 나서 정약용의 자녀들은 집이 망했다고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겠다고 했대. 너라면 어땠을 것 같니?” “그게 맞는 일일까?”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렇게 묻고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죠. 책을 읽고 내용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것도 좋습니다. 《플라톤의 국가》를 읽었다면 “네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볼래?”라는 식으로 묻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