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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18. 2017

01. 우주의 역사와 미래 예측

<미래를 보는 눈>

빅뱅이론은 우주가 138억 년 전 우주팽창에 의한 대폭발로 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138억이라는 숫자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입니다. 만약 1초에 숫자 하나를 센다고 가정할 때 쉬지 않고 138억까지 세는 데는 438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불교에서는 매우 긴 시간을 ‘겁(劫) 또는 겁파(劫波)’라고 하고, 힌두교에서는 ‘칼파(kalpa)’라고 합니다. 겁은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져 지속되고 파괴돼 공무(空無)가 되는 시간, 즉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시간을 뜻합니다. 잡아함경(雜阿含經)이라는 경전에 보면 겁의 길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방과 상하 약 15km나 되는 철성(鐵城)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겨자씨 한 알씩을 꺼낸다. 이렇게 해서 겨자씨 전부를 다 꺼내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

인류가 발생하고 발전하고 변화해온 과정이나 자취를 우리는 역사(歷史)라고 합니다. 역사에는 관점이란 것이 있습니다. 누구의 관점에서 보고 누구의 관점에서 서술하느냐에 따라 역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은 강자나 승자의 관점에서 서술되기에 지금까지의 세계사는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강대국 중심으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우리가 배워온 역사는 다분히 유럽중심적이었습니다. 이런 유럽중심적인 역사 서술의 한계를 넘어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후 나타났던 다양한 상호관련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가 ‘지구사(global history)’라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지구사도 인류의 역사인지라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지구의 탄생이나 생명체의 탄생 등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지구의 탄생, 생명체의 탄생까지 포함하여 138억 년 전 우주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보려고 하는 역사학의 흐름이 바로 ‘빅 히스토리(Big History, 거대사)’입니다. 빅 히스토리는 말하자면 모든 것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무엇일까?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는 왜 거대한 우주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생명체와 인류는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우주, 생명, 인간 등에 대한 큰 질문, 즉 빅 퀘스천(Big Question)에 대한 대답이 빅 히스토리입니다. 빅 히스토리의 창시자는 호주 맥쿼리 대학의 데이비드 크리스천(David Christian) 교수입니다. 크리스천 교수의 테드(TED) 강연을 우연히 듣게 된 빌 게이츠는 그날로부터 빅 히스토리의 열렬한 팬이 되었고, 이후 빅 히스토리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보급하기 위한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빅 히스토리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빅 히스토리는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사실 빅 히스토리는 매우 특별한 학문 분야입니다. 왜냐하면 여러 학문 분야의 수많은 지식들을 다룰 수 있는 틀(framework)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빅 히스토리는 어떤 다른 학문 분야보다 포괄적입니다. 우리가 자연과학에서 배우는 것과 역사학, 경제학에서 배우는 것을 다루고 있으며 이것을 모두 융합하기 때문입니다.-데이비드 크리스천·밥 베인, <빅 히스토리>, 해나무,2013-

138억 년 우주의 역사에서는 굵직굵직한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구가 탄생한 것은 46억 년 전이고,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38억 년 전입니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은 20만 년 전, 그리고 농경사회는 1만 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기록역사가 시작된 것은 5000년 전이고, 근대 산업사회의 시작은 약 250년 전, 최초의 인간 달 착륙은 약 50년 전입니다. 그런데 138억 년 전의 빅뱅이 만약 13.8년(13년 9개월) 전에 있었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요. 다시 말해 138억 년의 역사를 13년 9개월로 축약해서 계산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13년 9개월 전 0시에는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것이 되고, 지구가 생겨난 것은 4년 6개월 전이 됩니다. 생명체가 지구에 처음 나타난 것은 3년 9개월 전이고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은 100분 전입니다. 그리고 농경사회는 5분 전, 인간의 기록역사는 불과 2분 30초 전에 시작된 것이 되죠. 근대산업사회는 6초 전, 최초의 인간 달 착륙은 약 1초 전에 일어난 일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30년 후의 미래, 50년 후의 미래라고 해도 모두 달력의 마지막 날 마지막 1초 안의 시간 안에 있습니다. 138억년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20만년 밖에 안 되는 현생인류의 역사는 초라할 정도로 짧습니다.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 38억 년 전인데 역사가 길지도 않은 현생인류가 우주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그만큼 인간이 위대한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이겠지요.

빅 히스토리가 빅뱅으로 인한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해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인류의 탄생과 진화 등 138억 년의 역사를 큰 흐름으로 보면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바로 미래입니다.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의 홈페이지(www.bighistoryproject.com)에 가면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옵니다.


빅히스토리는 우리의 과거를 살펴보고, 우리의 현재를 설명하며, 우리의 미래를 상상한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역사는 의미가 없습니다. 미래가 없다면 현재도, 과거도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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