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내 집 짓고 살기>
공구리가 양생하는 동안 주문한 ALC블럭이 도착했다. 드디어 진짜 본격적인 블럭 쌓기가 시작되는구나!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양생한 기초 바닥에 먹줄을 표시하고 레벨을 본 후 드디어 첫 단을 올려놓기 전에~ ALC를 붙이기 위한 접착제를 만들어야 했다.
시멘트와 모래를 1:3으로 넣고 물과 잘 섞어주는 것. 사실 레미탈(시멘트와 모래가 적정량 섞여 나온 제품)을 사용하면 더욱 편하게 작업할 수 있겠지만, 공사비를 아껴야 하는 우리에겐 가격이 만만치 않아 조금 수고스러워도 직접 조제해서 쓰는 방법을 택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붙이면 교방기로 윙~ 섞어 대량 만들어 놓으면 좋은데, 우린 꼴랑 둘이 작업을 하니 많은 양의 시멘트는 나중에 굳어버려, 버리는 게 더 많은 셈이 되어 결국엔 큰 대야를 놓고 완 코팅 장갑으로 무장한 뒤 가내수공업적으로 재료를 잘 섞어주었다. 하지만 물을 먹은 시멘트와 모래를 잘 뒤적거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요 고비를 넘기면 우리 집 ‘첫 단’이 생기는구나! 라는 기대감에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했다.
여름이라 더욱 눈이 부셨던 ALC들. 덕분에 내 얼굴에 깨들은 털어내면 서 말은 넘게 나올 듯 무럭무럭 생겨나고 있었다.
60평 남짓 되는 건물에 첫 단을 쌓기까지 3일이 걸렸다. 집에 구획이 나눠지니 방이 생기고 화장실이 생기고 거실이 생기고, 누가 보면 이게 뭐야? 하겠지만 내 눈에는 벌써부터 멋진 집처럼 보이는 사심은 어쩔 수 없다.
하루하루가 블럭 쌓는 즐거움이었다. 블럭이 한 단 한 단 올라갈수록 그늘이 생기고, 고마운 그늘이 생기니 찌는 듯한 더위에 피할 곳이 생기고, 벽에 기대어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란 곳이 생겼다.
6단 정도 쌓으니 남편이 어디서 일하는지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벽이 되어가고 있어 신기하면서도 기분 좋아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나날들이었다.
우리의 복장이 올바르게? 되어갈수 록 블럭의 단수는 점점 높아져 평면 이었던 바닥은 공간으로 바뀌어가 고, 남편은 초코우유 못지않은 달달 한 피부색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한번은 내가 7단을 쌓을 때 우마를 밟고 올라가다 블럭을 안고 있는 와중에 잘못 디뎌 뒤로 넘어간 적이 있었다. 남편은 나를 보고 놀라 소리쳤는데, 그때 남편의 말론 블럭을 가슴에 안고 뒤로 넘어간 내가 웃고 있었다고 한다.
자칫 처량맞아 보이는 사진일 수 있 겠지만, 등을 기댈 수 있는 벽이 있 다는 것에 매일을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때라는 거~ 오해하지 마 시길~
그땐 그랬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단 한 단 올라가서 쌓이는 기분이 통장에 돈 쌓이는 것처럼 배부른 마음이라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머리가 철저히 몸을 지배하는 즐거운 노동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총 9단을 쌓기까지 10일이 걸렸다. 우리 집에 벽! 이라는 것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