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내 집 짓고 살기>
게스트하우스를 할 계획으로 디자인하여 설계를 맡기고 착공계가 떨어지면서, 바닥기초에 들어갈 여러 재료를 알아보러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괜찮은 가설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그 중 통화하면서 제일 호탕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업체를 찾아갔다.
곳곳에 나무들이 쌓여 있고, 알 수 없는(지금은 잘 알지만) 신기한 쇠파이프 같은 것들이 켜켜이 높게 쌓여 있었다. 큰 개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짖어대는 바람에 조금은 낯설고 어색했다.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잠시 긴장을 풀었고, 때마침 사모님께서 타주신 달달한 믹스커피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편이 와이프와 둘이 집을 짓겠다고 하니(그때의 사장님과 사모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1초 정도 뜸 들이시다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하셨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그러셨을까.
“이런 일 해봤어요?”
“아니요. 인테리어 일은 해봤어요!”
“인테리어랑 집을 짓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예요.”
“처음이긴 한데… 혼자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니까, 저도 배우면서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서울 살 때 이것저것 자료도 보고 골조 공부도 많이 했어요.”
“하… 참… 허허허허.”
사장님은 계속 어이없어하셨고 사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테리어는 싫증 나거나 하자가 생기면 뜯어내고 다시 하면 되지만, 집은 한번 잘못 지으면 평생 후회해요. 골조만이라도 공사업체에 맡겨요!! 그러다 큰일 나요!”
(이런 심각한 얘길 하시는데 그때의 사모님 얼굴이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지… 좀 뜬금없긴 하지만 나이에 비해 젊고 우아해 보이는 사모님이 이런 일을 하신다는 게 좀 신기해서 격앙되게 말씀하시는 사모님 얼굴을 뚫어져라 감상했었다)
약간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로 다른 온도 차를 느끼며, 나중에 재료 임대할 때 다시 전화를 드리기로 한 후, 우리는 돌덩어리 같은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차 안은 조용했지만, 우리의 머릿속이 복잡투성이라는 걸 말 안 해도 서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결론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할 수 없다! 사장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모르는 건 알 때까지 물어보자! 였다. 그 이후로 전화로 귀찮게 해드리기 일쑤였으며, 도면 들고 사무실로 무작정 찾아가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도 해주시고, 맛있는 간식을 들고 직접 찾아오시기도 하고, 숙제 검사하듯 현장을 체크해주기도 하셨다. 그렇게 사모님 사장님은 우리의 집 짓기 스타트의 사부님이 되어주셨고, 지금도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