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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20. 2017

07.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펜션 컨셉잡기

<제주에서 내 집 짓고 살기>

사람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호텔에 숙박을 하는 이유는 호텔의 브랜드값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호텔 안에 비치된 모든 콘텐츠를 다 누릴 수 있는 장점도 크겠지만, 요번 휴가를 S호텔에서 묵었다, 또는 L호텔에서 보냈다, 하는 자기만족도도 클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우리가 처음부터 그런 혹! 하는 브랜드를 가질 수 없는 조건이라면, 펜션에서만큼은 뭔가 다른 만족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그곳이 제주라면 펜션 안팎으로 다른 재미와 만족을 줘야 소비자가 찾아올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집의 분위기는 뭐랄까? 똑같이 생긴 거대한 대단위의 펜션 단지 같은 느낌이 아닌 굉장히 시골스러운 느낌이길 원했고, 그래서 생각한 컨셉이 약간은 컨추리틱한 느낌의 외관과 실내는 오히려 반전으로 굉장히 모던한 느낌의 원포인트 정도의 심플함을 연출하고 싶었다.


제주에서의 시골스러운 외관은 돌집이나 돌담 등을 활용한 예들이 많은데, 이미 우리 집은 돌집과 거리가 멀고, 그렇다면 돌담인데…. 사실 이때쯤 자금이 부족해서 돌담을 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아시는 분 댁에 돌담을 쌓는 과정을 보며, 돌담에 따라 건물 이미지가 더 멋스럽게 바뀔 수 있다는 걸 본 후, 돈이 들어도 할 건 해야겠구나, 라는 결론을 내리고 얼른 석공들을 섭외해 일정을 잡고 이틀 만에 작업을 완수했다.

확실히 돌담을 쌓으니 휑해 보이던 마당이 꽉 차 보이고, 구획이 없던 룸들이 돌담으로 구분되면서 아기자기한 멋이 생겼다. 작게나마 돌담길이라는 소박한 길도 만들어져, 내 눈엔 오즈의 마법사의 노란 벽돌길보다 더 정감 있어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공사판이었는데 정말 환골탈태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남편과 나는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하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그리고 돈이 생기고 날이 따뜻해지면 푸릇푸릇한 잔디를 심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돌담길 따라 애기동백을 쪼로록 심으며, 다음 해엔 우리집에 하얀 눈이 쌓일 때 빠알간 예쁜 동백꽃이 피어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풍요롭고 좋았으며, 각 룸에 정원마다 하귤을 심어 손님들이 제주의 운치 있는 풍경을 눈에 담길 바랐다.

조경이라는 걸 하면서, 투박하고 거친 그냥 돌 하나가, 맨날 밟고 다니는 무심한 흙이, 어디에나 있는 녹색의 나무들이 어떻게 놓여지고 꾸며지는가에 따라 삭막한 건물을 살릴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대로, 너무 과하면 망칠 수도 있다는 걸 배우면서 조경은 굉장히 욕심나는 부분 중 하나가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들은 대부분 북유럽풍.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주로 추운 지역에서 발달한 인테리어라, 따뜻한 느낌의 패브릭이나 나무 등을 활용하여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사하고 밝게 꾸미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인테리어가 현대적인 부분과 결합되면서 메탈이나 마블링이 있는 대리석, 기하학적인 패턴의 것들로 더욱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무엇이든 좋다고 다 갖다 쓰면 이도 저도 안 되는 법이라 과연 이 중 제주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우리는 룸마다 평수도 다 달라 자연스레 인원수도 다르고, 그러니 각 룸마다 타깃층도 다르게 잡아야 했다.

제일 큰 룸은 방이 두 개 회장실이 두 개이니, 4인에서 6인의 가족 또는 커플 플러스 커플을 타깃으로 잡고 스타일링을 고민했고, 독채로 떨어져 있는 룸은 2~3인을 기준으로 연인이나 아가가 있는 젊은 부부를 타깃으로, 마지막 2층 룸은 작은 공간에 딱 두 사람만 쓸 수 있는 조금은 아기자기한 느낌에 밝은 컨셉을… 원래는 게스트하우스를 생각했던 설계라 부분 부분 구조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었지만, 오히려 잘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 아이디어를 쥐어짜 냈다.

모던하지만 절대 차갑지 않은 느낌이면서, 심플하지만 단조롭지는 않은, 한마디로 돈 내고 와서 잘 만하네~ 라는 만족감이 들 수 있게…! 펜션의 모든 인테리어는 소품부터 액자, 식기, 침구세트 기타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남편이 내게 절대 일임한 일 중 하나였다. 워낙 이런 부분에 있어서 둘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조그마한 물건 하나 고르는 데서도 투닥거리게 되어 남편은 ‘소비자가 펜션을 고를 땐 대다수 여자가 결정한다’는 결론을 들며 모든 칼자루를 나에게 쥐여주었다. 그 칼자루를 들고 벌벌 떨기도 하고, 한번 칼을 뽑아 대담히 흔들기도 하면서, 잘못하면 독박 쓸 수 있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아 가뜩이나 굽은 허리가 더 굽는 기분이었다.

새로 생기는 펜션들이 워낙에 예쁜지라,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그나마 우리집 만의 특색을 갖춰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만 고집할 수도 없고, 그러지 않을 수도 없고, 반복되는 상황들이 애매하여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렸다. 그러면서 골조시공 때, 아니 전반적으로 전부 그랬겠지만 남편의 부담감이 정말 어마어마했었겠구나…미안함도 들다가, 강화마루 때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홀딱 깨기도 했다가, 다시 미안해지기를 반복하는 신경질적인 시기가 또 한 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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