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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21. 2017

03. 변화의 목표를 찾아라.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등장인물
철하 :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심리학과 학생으로 밝고 쾌활한 성격이다. 은주, 석영, 지선이 심리상담과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은주 : 중소기업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다. 괴팍한 상사와 마찰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 마음이 괴롭다.

석영 :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교양과목으로 듣는 심리상담 수업에서 몇 년 만에 철하와 재회한다. 복학 전 취업한 직장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기억이 있다.

지선 : 미술을 전공한 후 미술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남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험 때문에 아직까지 남자를 대하는 것이 불편하다.

은영 : 철하의 선배로 대학원생이자 학생상담센터 수련생. 석영이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변화를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변화의 목표와 동기입니다.”
“선생님, 변화의 목표는 바로 나은 방향, 좋은 방향 아닌가요?”

은주의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더 낫다’ 혹은 ‘좋다’라는 것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하고, 모두들 자기를 싫어한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지내는 사람은 그들과 다시 연락하며 지내고 싶다고 합니다. 어떤 대학생은 발표 불안이 너무 심해서 이것만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원하는 것이 분명해야 심리상담이 시간 낭비, 돈 낭비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상담을 통해 원하는 것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 평가할 수 있고, 심리상담을 끝낼 시기에 대한 기준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심리상담을 했던 어떤 분은 그저 행복해지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는데, 행복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대답하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그분은 결국 심리상담을 받지 못하셨나요? 그렇다면 저 역시 심리상담을 받을 자격이 없겠네요. 전 제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힘들기는 한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냥 마음이 복잡해요.”

은주는 고개를 숙이고 잠깐 생각에 잠깁니다. 자신이 왜 이곳을 찾아왔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상담의 목적이 위로가 아니라 변화라면, 과연 자신에게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제 말이 은주 씨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군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심리상담을 받을 자격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심리상담을 받을 때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 상담자와 함께 심리상담의 목표를 정할 수도 있어요. 행복해지고 싶다던 그분 역시 저와 함께 목표를 정했고, 심리상담을 잘 진행했습니다. 어떤 분은 처음부터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정해서 오기도 하지만, 심리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목표가 바뀌기도 하죠.”



심리상담이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떠는 것과 구별되는 점은 이야기의 주제와 목적, 즉 목표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보통 수다는 특별한 목적도 없고, 대화 주제도 가리지 않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잡담(雜談)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심리상담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로지 목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제대로 훈련받은 상담자라면 초반에 심리상담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상담자와 내담자의 책임과 권리, 그리고 심리상담의 목표와 상담비 지불 등 심리상담 전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눕니다. 마치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환자에게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얼마나 심하게 아픈지, 얼마나 오래 아팠는지 등을 묻는 것처럼요. 이런 과정을 통해 치료의 목표를 잡는데, 이를 ‘구조화’라고 부릅니다.

심리상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훈련받은 상담자라면, 구조화를 성실하게 이행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어떤 이유로 심리상담을 받으려고 하는지, 어떤 경로로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했는지 묻습니다. 더불어 원활한 심리상담을 위해 가족력과 생활환경, 이전의 심리상담 경험이나 정신과 진료 이력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리고 심리상담 계획을 세우면서 심리상담의 틀을 잡습니다. 센터장은 은주에게 친절하게 구조화 과정을 설명해줍니다.

“그렇군요, 선생님. 목표를 확실히 몰라도 상담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정할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제가 좀 걱정이 많은 편이거든요. 선생님 보시기에도 제가 좀 답답하죠?”
은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센터장을 쳐다봅니다.

“오히려 용기 있게 보이는데요. 많은 분이 은주 씨처럼 용기내서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지 못하고 고민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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