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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21. 2017

03. 13세에 인생의 목표 같은 건 정해지지 않는다.

<지적성숙학교>



13세의 하드 워크: 십대에게 직업을 정하라고 강요하는 사회

: 오다지마 다카시(칼럼니스트)



꿈 같은 거 없어도 어린 시절은 즐거웠다.

아이는 ‘지금, 여기’에 있는 존재로, 그때그때 한순간 한순간을 바로 그 자리에서 느끼며 산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은 ‘장래의 전망’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로서 그 시절을 살고 있는 게 아니며 ‘꿈을 향한 도움닫기 준비’로서 그 시절을 사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즐거움은 바로 그곳(미래나 과거와 분리된 곳)에 있다. 


참으로 꿈이 없는 이야기

1960년대 정도까지만 해도 ‘꿈’이라고 하면 실없거나 뜬구름 같은 것이었다. 그 시절에는 ‘실현가능’한 것은 처음부터 ‘꿈’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꿈’이 현실적인 ‘목표’ 비슷한 것으로 변했다. 현실적으로 됨과 동시에 그것은 나이가 찬 남녀라면 누구나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강요되기에 이르렀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꿈’은 아이들이 ‘장래 갖고 싶은 직업’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과 거의 다름없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 얼마나 꿈이 없는 얘기인가.



일찍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 아이들도 있다.

일찍부터 목표가 정해져 있는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은 특별하다. 그는 훌륭하게 꿈을 이뤄낼지도 모르고, 일평생을 꿈 바로 앞의 비탈길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본인이 선택한 길이다. 타인이 이러쿵저러쿵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와 같은 삶의 방식만이 진정한 삶이고, 목표가 정해지지 않는 소년이나 변덕스러운 소녀나 주위에 잘 휩쓸리는 아이들이나 부모의 말에 고분고분한 청년들의 삶의 방식이 열등하고 잘못되고 무익하고 불행하다고는 할 수 없다.


13세에 인생의 목표 같은 건 정해지지 않는다.

직업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변한다. 일만 아는 인간으로 30대를 오로지 일에만 미쳐 살던 남자가 어느 날 돌연 일의 의욕을 잃는 경우도 있다면, 마지못해 근무하던 회사에서 입사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일할 의욕이 난다는 회사원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13세의 소년소녀가 자신의 장래를 직업이라는 잣대만으로 그리려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자신이 뭔가에 잘 맞는다고 믿는 그 뭔가가 진정 자신과 잘 맞는지 어떤지는 실제로는 아무도 모른다. 도리어 그런 나이에 어떤 직업이 자신에게 맞니 안 맞지 하고 단정해버리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직업은 사회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것

“이 넓은 세상에는 분명 나한테 맞는 직업이 있을 거야”라는 믿음을 품는 것은 꿈을 갖는 것과는 별개다. 나에게는 맞는 직업이 있다는 믿음은 인생에서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별로 권할 만하지 않다. 

애초에 직업이라는 것은 그 분야에 취직하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인간사회의 역할 분담의 결과로서 사회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쓰레기를 줍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인간이 있기 때문에 쓰레기가 생겨난 것이 아니며, 쓰레기 애호가를 위해 폐품 수거업이라는 직업이 고안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 생활을 하면 쓰레기가 생긴다. 그리고 쓰레기를 처리할 사람이 없으면 사회가 존립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가 직업으로서 요청된다. 그런 순서다.


직함 따위는 공허할 뿐, 꿈을 꾸며 살아라.


직업의 이름으로 타인의 능력을 판단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직함으로 자신의 행복도나 자부심을 계측하려 드는 것은 시험점수로 타인을 값 매기는 것 이상으로 공허한 일이다.

그러므로 13세의 소년소녀여, 일은 조만간 저쪽에서 다가온다. 그때까지 되도록 어리석은 꿈을 꾸며 살아보자. 직업이니 직함 따위에 얽매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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