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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21. 2017

08. 첫 손님맞이, 화재경보기가 울리다.

<육지 촌 부부 제주에서 내 집 짓고 살기>


손님~.
첫 손님!
아예 얼굴도 모르는 손님!

이날을 상상해보며 일을 한 적이 많았다. 과연 기분이 어떨까부터 방을 본 손님 표정은 어떨까, 인사는 어떻게 하지, 등등. 그러면 괜히 힘들게 일하는 와중에 재미있기도 하고 기대가 되면서 시간도 빨리 가는 것 같아 남편과 곧잘 얘기하곤 했었다.


어느 날 봄이가 우리 부부에게 펜션이 조금씩 준비가 되어가니 가 오픈을 시켜보면 어떻겠냐며 제안을 해왔다. 정식 오픈이 아닌가 오픈인 만큼 홍보도 할 겸 가격도 낮춰서 이벤트가로 한 달 정도 진행을 해보면서 손님들 반응을 보자고….

슬슬 돈이 떨어져 갈 때라 그 말이 솔깃하게 다가왔다. 어디까지가 끝인 줄 모르는 인테리어는 도대체 완성이라는 것이 없어 서서히 지쳐가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근데, 손님들을 어디서 데리고 와? 아직 사이트도 안 열리는데….”
“저희 펜션 만실일 때도 손님들한테 당일 숙박 문의는 들어오니까 그때 자연스럽게 언니네 펜션을 소개해 드릴게요. 손님을 조금씩 받아봐야 나머지 정리들도 빨리 되고 입소문도 나고.”

봄이 말이 맞기도 맞는 게 보통은 펜션들이 성수기를 노려 오픈을 한다는데 우리는 그 좋은 날 다 보내고 이제 곧 찬바람이 쌩쌩 부는 계절을 앞두고 있으니, 주위 사람들은 물론 우리도 걱정스러운 노릇이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펜션 소개로 전화드리는 건데요.”

…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첫 마디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 버퍼링 걸린 듯 버벅거렸다. 바보 같은 내 설명에도 손님은 흔쾌히 우리집에 숙박하겠다며 주소를 보내달라고 했고, 그때부터 우리는 그야말로 난리법석이었다. 한참 늦게까지 일하던 중이어서 지저분한 작업복 차림에 얼굴과 손은 흙 파먹은 거 마냥 꾸질꾸질하기 짝이 없었고, 이리저리 너저분한 공구들을 수습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방에 걸레질을 한 번이라도 더 해야 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 밤에 그 공간을 몇 번을 뜀박질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날 뿐이다.

손님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 우리집 주차장에 서서히 진입하고 있었고, 때마침 그때 돌담을 쌓을 계획에 석공아저씨들이 오전에 돌들을 덤프트럭으로 한 차 싣고 와 주차장에 산처럼 쌓아 놓은 게 눈에 들어왔다.

손님은 약간 의아해하며 차에서 내렸고, 남편과 나는 꾸질꾸질한 그 상태로 인사를 해야 했다. 가 오픈 중이라 아직 어수선하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손님이 괜찮다며 웃어주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손님이 방에 들어간 후 남편과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다리가 풀려 잠시 데크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집에 진짜 처음으로 일면식도 없는 손님이 와 있다는 게 신기해 남편과 입이 찢어지게 웃음이 나왔더랬다.

그것도 잠시, 손님이 고기를 사와 바비큐가 가능한지 물어오셨고, 아직 주문한 웨버그릴이 도착하지 않아 바비큐가 안 되는 상황이라, 또 버벅거리며 어찌 대답해야 하나 입술이 웅얼웅얼 대기만 할 때, 손님이 그냥 객실 안에서 구워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셨다.

원래 거의 모든 펜션이 객실 안에서의 직화구이는 금지다. 연기 냄새가 벽지나 섬유에 잘 스며들어 다음 손님이 입실할 때까지 냄새가 쉽게 안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하겠나. 우리의 준비부족에, 이미 고기까지 사 오셨다는데 매정하게 첫 손님에게 “안 돼요!”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평생 처음 들어 보는 화재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뒷정리를 하고 있던 남편과 나는 얼른 객실로 달려갔고, 객실엔 고기 연기가 폴폴 천장으로 올라가 화재경보기를 에워싸고 있었다. 손님은 당황해했으며, 화재경보기는 열심히 제할 도리를 하며 울어대고 있었다.

난 사실 그때 너무 창피해 문 앞에서 들어가지 않고 살짝 뒷걸음질 쳐 있었으며 남편은 오늘같이 새까만 날 새까만 발로 객실로 들어가 우왕좌왕하다 의자를 밟고 올라가 점프하며 화재경보기를 떼어내었다.

남편이 점프할 때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티셔츠가 위로 딸려 올라가면서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 같은 배와 배꼽을 노출하며 서비스로 바지춤에 팬티까지 보여줬던 센스! 난 한 것도 하나 없으면서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그런 밤,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첫 손님은 그렇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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