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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6. 2017

10. 제대로 된 심리상담이 갖춰야 하는 것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등장인물
철하 :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심리학과 학생으로 밝고 쾌활한 성격이다. 은주, 석영, 지선이 심리상담과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은주 : 중소기업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다. 괴팍한 상사와 마찰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 마음이 괴롭다.

석영 :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교양과목으로 듣는 심리상담 수업에서 몇 년 만에 철하와 재회한다. 복학 전 취업한 직장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기억이 있다.

지선 : 미술을 전공한 후 미술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남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험 때문에 아직까지 남자를 대하는 것이 불편하다.

은영 : 철하의 선배로 대학원생이자 학생상담센터 수련생. 석영이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석영이는 잠시 멈추었던 울음을 다시 터뜨립니다. 울음과 함께 쏟아지는 석영이의 말은 절규에 가깝습니다. 철하는 책상에 엎드려 우는 석영이를 위로해줍니다. 왜 저렇게 감정이 격해졌는지 궁금해하는 학생도 있고, 교수님에 대한 석영이의 태도가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보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철하는 교수님이 불쾌해하시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표정은 다릅니다. 안쓰러워하면서 석영이가 마음을 가라앉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수업을 방해했네요.”
“아니에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작년에 심리상담을 받았던 게 생각났어요. 정말 힘든 일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심리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기는커녕 더 큰 상처를 입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홈페이지만 그럴듯하게 만들어놓은 사기꾼이더라고요. 심리학을 공부한 적도 없었어요. 자격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요.”

교수님도 철하도, 그리고 함께 수업을 듣고 있던 다른 학생들도 석영이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저는 그 사람을 어떻게든 벌 받게 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았는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때도 정말 분노했는데, 오늘 교수님의 말씀이 그 사람을 옹호해주는 것처럼 느껴져서 참을 수 없었어요.”

석영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심리상담에는 법적 제약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미봉책이긴 하지만 심리학과 교육학을 비롯해 체계가 잡힌 곳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흉내만 내는 엉터리들이 따라올 수 없도록 전문성을 더욱 고취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적인 심리상담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틀’입니다. 틀이란 상담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조건을 말합니다. 심리상담의 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장소, 상담비입니다. 심리상담은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진행합니다. 개인상담을 기준으로 보통 50분간 진행하는데, 상담자의 상태나 내담자의 기분에 따라 바뀌면 안 됩니다. 집단상담은 매주 두 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물론 정확한 시간은 상담자와 심리상담센터마다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을 미리 정하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장소도 중요합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도 있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정해진 장소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정해진 장소는 가급적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부득이한 경우 카페 같은 곳에서도 심리상담을 하지만, 이 역시 한 장소를 정해 진행해야 합니다.


상담비 역시 미리 정해야 합니다. 매번 상담비가 달라져서는 안 되죠. 이렇듯 상담의 틀을 정하는 것을 ‘구조화’라고 부르는데, 이는 보통 상담 첫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에게는 틀이 없었어요. 심리상담 시간을 자기 스케줄에 맞춰서 수시로 바꾸는 것은 물론,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늦기도 했죠. 상담비도 회당 20만 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쌌고요.”

석영이의 이야기에 모두들 놀랍니다. 뭐 그런 사기꾼이 있냐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학생도 있습니다.
철하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심리상담의 틀이 예전에는 전문적인 심리상담의 특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이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니 사기꾼이라도 시간과 장소, 상담비 정도는 쉽게 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인들로선 이런 기준으로 제대로 된 상담 전문가인지 구별하기 어렵겠는데요.”
“맞아요. 그런데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엉터리가 갖출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론입니다. 이론이 중요한 이유는 심리상담이라는 여행의 지도와 같기 때문이죠. 심리상담이 최고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모든 학문에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론은 현실과 맞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론은 현실 경험의 압축이니까요.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자신들의 심리상담 경험을 통해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한 것이 바로 이론입니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파악한 후에 치료 계획을 세우듯,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론에 근거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계획과 전략을 세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을 때, 상담자에게 어떤 이론에 근거해서 훈련을 받았고, 어떤 이론적 접근법을 취할 것인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모든 심리상담가가 단 하나의 이론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이론적 배경을 정확하게 한 가지로 밝히는 상담자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여러 이론을 통합하거나 절충해서 접근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통합적·절충적 접근법이라고 부릅니다.

“석영 학생이 만난 그 엉터리 상담가는 이론적 접근법이 없거나 자기 나름의 개똥철학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석영이는 마음을 추스르면서 다른 학생들이 전문적 심리상담의 특징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나 철하는 석영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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