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Oct 19. 2017

03. 빛과 태양의 신 아폴론

<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영생에 관한 문제는 그리스신화에서 여러 번 등장한다. 아폴론의 여성 동료이자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아우로라)는 총명하고 아름다운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Tithonos)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에오스는 티토노스에게 영생의 삶을 내려 달라고 제우스에게 부탁했지만 안타깝게도 영원한 젊음을 약속 받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 후로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산에서의 하루는 인간 세상에서의 천 년과 같다’고, 티토노스는 금세 늙어간 반면 에오스는 영원히 꽃다운 18세의 모습이었다. 매일 아침 동틀 무렵이면 에오스는 동쪽하늘로 가서 밤의 휘장을 걷어야 하는데 출발하기 전에 침대에 누워 있는 늙고 쇠약한 남편을 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에오스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은 바로 티토노스였다. 한없이 늙어버린 데다가 삶은 꿈처럼 허무했지만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가 없었다. 티토노스에게 남은 건 이제 치욕감밖에 없었다. 마침내 에오스는 동정심을 발휘해 제우스에게 다시 부탁하여 티토노스를 귀뚜라미로 변하게 했다. 그 이후로 매일 아침 동틀 무렵에 에오스가 휘장을 걷을 때면 풀숲에서 전생의 애인을 부르는 귀뚜라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아폴론과 에오스> 제라드 드 레레스(Gerard De Lairesse, 1640~1711),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Cassandra)는 매우 총명하고 영특한 소녀였는데, 사랑을 명분으로 아폴론으로부터 예언의 능력을 선물 받았다. 예언 능력은 인간이 두 번째로 갖고 싶어 하는 것(두 번째로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미래와 운명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산드라는 예언 능력을 얻은 후 아폴론의 사랑을 거절했다. 아폴론은 이미 준 선물을 도로 회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 플러스 원으로 카산드라에게 입맞춤을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때부터 카산드라의 비참한 운명이 시작됐다. 우선, 인간은 예언 능력 자체를 가져서는 안 된다. 미래를 알면 삶이 진행되지 못하고 의미와 매력을 잃게 된다. ‘스포일러 조심’이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으면 재난의 영향이 앞당겨지고 시간이 행복을 희석해버린다. 두 번째, 선지자는 생활 속에서 같은 인간들뿐만 아니라 신들도 시기하고 질투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도 조직폭력배들이 입을 막기 위해 상대를 죽이면서 하는 말이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다. 세 번째, 미래와 운명을 안다고 해서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예정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예언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