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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9. 2017

05. 전쟁의 신 아레스

<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테베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매우 유명한 도시국가이며 특히나 카드모스 가문의 불행 때문에 더 널리 알려졌다. 이들 가문의 비극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에서 비롯되었다. 카드모스의 딸 세멜레는 제우스의 본모습을 보려다가 결국 제우스의 번갯불에 타 죽었고(술의 신을 낳았다), 카드모스의 외손자 악타이온은 아르테미스가 목욕하는 장면을 목격한 죄로 사슴이 되어 자신의 사냥개들에게 찢겨 죽었다. 또 다른 외손자인 펜테우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내린 술과 최면에 도취된 여자들에게 멧돼지로 보여 갈가리 찢겨 죽었다. 이런 잇단 불행의 근원은 바로 카드모스가 죽인 그 독룡이 다름 아닌 전쟁의 신 아레스의 용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자식들의 불행이 자기의 잘못 탓인 것만 같아 슬퍼하던 카드모스는 “용의 생명이 신들에게 그렇게 소중한 거라면 차라리 나도 뱀 따위가 되고 말았을 걸 그랬다!”라고 말했고, 말이 끝나자마자 카드모스와 그의 아내는 몸이 뱀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끔찍한 가족사는 끝나지 않았고, 카드모스의 손자인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었다.

그런데 매우 모순되면서도 흥미로운 점은 이토록 잔인하고 난폭하며 지혜의 큰 적이자 인간에게 더없이 무자비한 아레스가 글쎄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베누스. 영어 이름 비너스)의 애인이라는 점이다.

아레스는 자주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의 품에서 평온과 안정을 찾았는데, 둘의 스캔들은 훗날 수많은 막장드라마의 원형이 되었다. 이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여자는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속설이 정말 사실이었던가? 사실 모든 격언과 속담들은 다 단적인 면을 보여줄 뿐이며 부분적인 진리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만 유효하다. 이 속설에서 말하는 ‘나쁜’ 남자는 우리 모두 다 알다시피 진짜 나쁜 남자가 아니다. 그런데 자세히 분석해보면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통하는 구석이 있다. 사랑의 신과 전쟁의 신은 완벽한 미녀에 잘생긴 미남으로 나란히 서 있으면 아주 잘 어울린다. 전쟁의 신은 직업이 ‘살인’이고 사랑의 신은 직업이 ‘방화’니까 이 둘은 거의 비슷한 업종으로 모두 이 땅의 불안정 요소다. 전쟁의 신은 오직 사랑의 신의 품안에서만 평온을 찾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일부 신화학자들의 해석은 꽤 그럴듯하다. “이 전설은 아마도 폭풍우가 지나간 후에 더 아름답고 찬란한 봄날이 다가오고 대지에 생기가 흘러넘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생겨났을 것이다. 아레스가 분노를 가라앉힌 후 모든 생명처럼 사랑의 신이 발산하는 강력한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그리스신화에서는 사랑 자체가 충돌과 유혈사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베누스(아프로디테)와 마르스(아레스)>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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