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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0. 2017

06.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인간 세상에 불빛이 피어오르는 것을 본 제우스는 공포와 분노를 느꼈다. 과학기술을 갖게 되면 인류는 동물계와 맞설 수 있게 되고 심지어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도 가질 수 있게 된다. 오늘날의 인류가 바로 그렇다. 호랑이의 가죽을 벗겨서 옷을 지어 입을 뿐만 아니라 호랑이를 우리 안에 가두어 키우기까지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사는 인간이 신을 거스른 역사이며 불은 인간이 신을 숭배하지 않게 되는 시작이었다. 제우스는 이제 신들의 좋은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감했다.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얀 코시에르(Jan Cossierss, 1600~1672),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벌을 내리는 동시에 ‘불의 유실’로 인한 후환을 처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미 얻은 불을 인간에게서 다시 빼앗아올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제우스는 대신 인간들에게 이같은 혜택을 상쇄할 수 있는 재앙을 줌으로써 인류의 발전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그는 헤파이스토스에게 인류 최초의 여성 판도라를 만들게 했다. 그전까지 지상에는 여자가 없었다. 그리스의 황금시대와 불교의 극락세계에는 모두 ‘여성 출입 금지’ 조항이 있고 에덴동산에서도 먼저 남자 아담이 생겨난 후에 여자 이브가 생겨났다. 여성은 사랑의 원천이다. 그런데 여성을 사악한 존재로 보는 신화는 지혜로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이는 분명 시대의 한계성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 해서 보면 이같은 순서상의 차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남자가 먼저 ‘실험용 쥐’, 베타 버전으로 나타난 덕분에 여자는 ‘청출어람’이 된 것이다. 구약성경에 보면 남자는 진흙으로 만들어졌고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 프로메테우스가 남자 인간을 만들 때 사용한 것은 기와장이 공법이고 헤파이스토스가 여자 인간을 만들 때 사용한 것은 공업화 생산 방식이다. 원자재도 좋고 성숙한 기술에 정밀가공까지 더해졌으니 여자는 인간의 2.0버전으로 남자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더욱 대단한 것은 올림포스의 신들이 모두 판도라의 후반제작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아테나는 장신구를 선물했고 헤르메스는 아름다운 말과 거짓말하는 재주를 불어넣어 주었으며 아프로디테는 모든 매력적인 자태를 가르쳐주었다. 판도라는 그야말로 ‘타고난 미인’이었고 판도라라는 이름은 바로 ‘천부적인 재능을 모두 갖춘 여자’ 또는 ‘신들에게 온갖 선물을 다 받은 자’라는 뜻이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그 어떤 선물도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에피메테우스에게는 그렇게 높은 도덕성도 주의력도 없었다. 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름다운 미인을 얼씨구나 좋다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판도라는 인간 세상으로 시집가면서 올림포스의 신들이 선물한 상자(프로메테우스가 인간 세상의 모든 고난과 재앙을 따로 모아서 상자 속에 숨겨 놓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나를 혼수로 가져왔는데 그 상자 안에 든 물건들이 테러리스트의 가방과 비슷한 것임을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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