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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7. 2017

09. 인신공격, 상대의 품행 들추기

<악마의 대화법>



상대의 논리를 트집 잡을 수 없다면 상대방 자체에 초점을 맞추자. 타인의 품행을 들추는 것은 다소 비겁해 보일 수 있지만, 상대의 논점을 무너뜨리고 청중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목적을 달성하면 상대를 물리칠 수 있다.


“그린 박사님은 식수에 불소를 첨가해도 괜찮다고 말씀하시지만, 10년 전 안락사와 영아 살해에 찬성하는 글을 발표한 그 그린 박사가 본인이라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그린 박사의 견해에 반대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불소화합물이 노인과 영아를 살해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 이상, 우리는 저 논리와 식수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다.

인신공격의 오류가 다른 논리적 오류와 구별되는 것은 논증의 우열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논증의 성패는 논점의 좋고 나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엄밀히 말해 변론자의 품성과 논증은 관계가 없다. 상대방의 좋지 않은 과거를 들추는 것은, 나쁘거나 멍청한 사람의 입에서 우수하고 합리적인 의견이 나올 수 없다고 가정하는 우리의 심리 때문이다.

“이제 제가 로빈슨 교수님의 관점에 대해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교수님은 두 대학원 합병에 찬성하십니다. 저는 여기서 3년 전 교수님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상처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저도 여우처럼 교활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식의 의식적인 부정은 보통 상대방의 품행을 들추려는 사전 신호임을 기억하자. 인신공격의 오류는 형식이 무척 다양하다. 이 오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일단 대담해져야 한다. 당신에게 공격당하는 쪽이 정말로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어 보이도록 말이다. 상대방의 품행을 들추는 이유는 그 사람의 논증이 의심받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변호사들은 상대 증인(사실상 당사자에게 적의를 품은 증인)에게 질문할 때 조심스레 ‘증인의 인격’에 대해 인신공격을 가함으로써 증인의 진술이 의심받도록 유도한다. 마찬가지로 증인이 피고의 인격에 대에 진술하는 것도 같은 오류에 해당한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말하건대, 인신공격의 오류가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는 비옥한 땅으로는 정치판 만한 곳이 없다. 특히 의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가운데 하나다.

“제게 질문하신 분이 공직에 있을 때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두 배로 늘어났고, 임금은 물가가 오르는 속도만큼 빠르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의원들께 알려야겠군요. 그런 분이 제게 광산업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의원은 완곡한 형식으로 ‘노코멘트’를 표현한 것이다. 서구권 국가들에서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의회 변론은 심지어 기자들로 북적대는 의사당 입구에서도 벌어진다. 아첨하기 좋아하는 기자들 앞에서 상대방에게 인신공격을 가하면 다음 날 ‘인상적인 반격’이라는 기사가 나오니 정치인들은 늘 머리를 짜내어 갖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인신공격의 오류를 활용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이 있다. 상대에게 적대적인 정보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어쩔 수 없이 말한다는 식으로 꺼내놓는 것이 가장 좋다. 상대방에게 이러이러한 잘못이 있지만 청중이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는 어감을 풍기면 당신의 고민은 쉽게 해결될 것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이 사진과 편지들의 사본을 공개하면서도 저는 마음이 대단히 무겁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께 이렇게 묻고 싶군요. 열한 살짜리 소녀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며 도덕을 무시한 사람이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도 되는 겁니까? 의회로서 우리는 신성한 직책을 이어갈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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