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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31. 2017

01. 제 혈액형이요? 맞춰보세요!

<습의 시대>



2006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는 매사에 혈액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단정짓는 여자에게 화가 폭발한 남자가 이렇게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혈액형이) 그게 뭐가 과학적이에요! 죄다 헛소리지! 백인들이 다른 인종들보다 우수하다는 우생학에서 처음 출발한 게 바로 혈액형 이론입니다. 독일에 유학 간 일본 사람 하나가 그걸 처음 들여왔고 정작 독일사람들은 폐기했는데 나중에 일본 작가 하나가 지 주위 사람들, 이삼백 명 대상으로 조사해서 책 하나 냈는데 그걸 계속 우려먹고 있는 거라구요. 전세계적으로 그거 믿는 나라가 일본하고 한국밖에 없단 말입니다!”

혈액형 이론에 대해 영화에서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판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액형 이론을 맹신하는 분위기다.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종종 혈액형을 묻곤 하는데 혈액형을 묻는 속내에는 그 사람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또한 단체 미팅 같은 자리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소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소재로도 혈액형 만한 주제가 없다. 대개 이런 경우 혈액형 맞추기 게임을 하기도 한다. 혈액형이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제 혈액형이요? 알아맞혀 보세요’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좀 조용하고 말이 없어 보이면 A형으로, 수다스럽고 말이 많으면 O형으로 보기 십상이다. 까칠하고 시크해 보이면 대개 B형으로 짐작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도저히 감이 안잡힌다 싶으면 AB형으로 추측하는 식이다. 혈액형에 대한 우스갯소리로 A형은 ‘소세지’(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랄맞다), B형은 ‘오이지’(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랄맞다), O형은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랄맞다)’, AB형은 ‘지지지’(지랄맞고 지랄맞고 지랄맞다)’라고 한다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은 들어본 얘기이다. 혈액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대충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영화 속 대사처럼 ‘한심하고 미개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경험적으로 이 혈액형 성격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한때 싸이월드 블로그에서 연재되어 천만명 넘는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책으로까지 연재된 만화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이 중국, 대만, 태국에도 진출한 것을 보면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뿐 만이라 아시아 인들에게도 재밌고 공감되는 내용이었음을 보여준다. 


혈액형 이론을 믿는 사람들이 일본하고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폄하하는 그 말 속에는 사실 서구 사대주의가 녹아있다. ‘합리적이고 선진국인’서양사람들이 다 폐기한 걸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추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우리가 비합리적이며 미개하다는 식으로 스스로 비하하는 뉘앙스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와 일본사람들만 혈액형 이론에 대해 믿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또 왜 서양사람들을 비롯해 다른 나라 사람들은 혈액형 이론을 일찌감치 폐기하거나 거들떠 보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단지 서양인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우리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서 그렇다는 말인가?

그것은 바로 다민족 사회와 단일민족 사회의 특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필자들의 생각이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은 수많은 인종들이 뒤섞여 국가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 같은 이미 멜팅팟(Melting Pot,인종의 용광로)으로 불리우는 나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의 대다수 나라들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인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대부분 나라들도 많게는 수십 종에서 적어도 여러 인종들이 뒤섞여 국가를 이루고 있다. 단일 민족으로 한 언어와 한 민족으로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 밖에 없다. 인구가 약 75만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나라인 부탄도 인구의 50%는 보테(Bhote)족이며 네팔인이 35%, 기타 소수민족이 15%를 차지할 정도이고 종카어(Dzongkha)를 공용어로 네팔어와 영어를 섞어 쓴다. 따라서 이런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특징을 살펴보는데 있어 피부색과 언어, 생활습관이 서로 다른 인종별로 특징을 구별하는데 익숙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볼 때 

‘아 저 사람은 XX족이라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 저 사람은 OO족이라 저렇게 말하는구나’ 라고 구별 짓는데 익숙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피부색이나 언어, 옷차림 등 확연히 다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데 굳이 거기다가 혈액형까지 따질 이유도,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5천년동안 단일민족, 단일언어로 이루어진 사회를 살아왔다. 나와 이웃이 같은 옷에 같은 음식에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살아왔다. 특징이 있다면 다른 지역의 사투리 정도라고 할까?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혈액형이 지닌 성격적 특성에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범주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주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혈액형별 성격 특징을 보면 대개 우리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데는 그런 통계학적으로 어느 정도 표준편차를 이루고 있는 각자의 경험치에 대한 산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초에 이론을 정립했던 독일사람들도 폐기하고 전세계에서 다 무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과 일본이라는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단일민족 국가에서 혈액형 이론을 유의미한 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인들은 그 이론을 폐기했다기보다는 우리보다 관심이 덜한 것일 수도 있다. 이건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문제가 아니다. 관심의 문제이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재미삼아 혈액형을 묻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는 한 말이다. 


<참고>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유럽의 인종>-

<유럽인들은 대부분 백색인종이지만 황색인종 ·흑색인종을 비롯해 오랜 기간동안 서로 혼혈이 되기도 하였다. 유럽의 백색인종은 북방형 인종(Nordic) ·알프스형 인종(Alpine) ·지중해형 인종(Mediterranean) ·디나르형 인종(Dinarics) 그리고 동유럽형 인종 등 크게 다섯종으로 구분된다. 

북방형 인종은 주로 북부 유럽에 거주하며, 특히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중부와 남부 및 영국 ·아이슬란드에 많다. 신체적 특징으로는 피부색이 희고, 키가 크며(173 cm 이상), 머리는 장두형(머리지수 79 이하)이 많다. 코 지수는 65 이하로 좁고 높은 것이 특색이며, 무엇보다도 남부 지역의 인종보다 신체적으로 큰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알프스형 인종은 피부색이 대체로 희지만 북방형 인종에 비해 색소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모발은 갈색 또는 밤색이다. 키는 대체로 작고(163∼164 cm) 몸에 비해 팔 ·다리가 짧은 것이 특색으로 땅딸막한 인상을 준다. 이들 알프스형 인종은 프랑스 중부지방 ·이탈리아 북부지방 ·독일 남부지방 ·헝가리 등지에 주로 거주한다. 

지중해형 인종은 키가 작고(163∼164 cm) 머리는 장두형이며, 얼굴은 달걀형의 긴 얼굴이다. 머리카락은 파상형이 많고 대부분의 경우 얼굴 전체의 길이에 비해 윗 부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남부, 지중해의 도서지방, 발칸 반도의 남동부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디나르형 인종은 키가 크고(168∼172 cm) 마른 편으로, 단두형(短頭型)이 많고, 특히 뒷머리가 편평한 것이 특색이다. 유고슬라비아와 알바니아의 디나릭알프스산지가 이들 인종의 주요 거주 지역이다. 

동유럽형 인종(동발트해 인종이라고도 한다)은 북방형 인종보다 피부색이 희고, 키는 작으며(156∼169 cm) 머리는 단두형이 많다. 얼굴은 넓고 광대뼈가 나왔으며 코는 짧고 요곡선형(凹曲線型)이다. 이들 인종은 동부 유럽에 산재하며, 시베리아 지방에도 살고 있다. 이들 5대 인종 외에도 아시아 인종 계통의 마자르인(헝가리), 핀족(핀란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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