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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31. 2017

03. 사모트라케의 <니케>

<당신이 알지 못했던 걸작의 비밀>



정확한 복원을 위해 원래 조각의 배치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니케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배의 이물 위에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얕고 위험한 바닷물을 연상시키는 거친 돌들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니케는 이 물을 헤치고 나아가 승리에 도달해야 했다. 고대에는 배를 소재로 한 기념물이 흔했다. 에게 해 지역에서만 10여 개의 배 조각상이 발견되었으며 니케 상도 그중 하나다. 해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배 위에 선 니케를 소재로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만 특히 이 조각상은 당시에도 이미 유명했음이 짐작된다. 이 작품과 그 현장을 상세히 연구한 학자 칼 레만이 지적한 대로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수많은 모작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니케 상은 당시 활기차게 물을 뿜던 분수의 중앙 장식이었을 확률이 높다. 물에 젖어 몸에 달라붙은 옷, 바람에 휘날리는 옷자락, 그리고 뒤로 잔뜩 젖혀진 날개는 바람과 비의 효과를 나타낸다. 뒤틀린 몸통은 쏟아지는 바닷물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분수는 두 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상단에는 흐르는 물 가운데 니케와 배의 조각이 있고 하단은 바위와 분수의 물줄기에 둘러싸여 있었을 것이다.


이런 분수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리스의 기술자들이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하고 그 물줄기가 조각상 위로 흐르게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이 귀해서 공공 분수와 같은 장식품에 낭비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물을 뿜는 분수는 생명을 유지해주는 자원을 장식과 기념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사회를 상징했다. 물줄기를 높은 곳까지 쏘아 올릴 수 있었던 그리스인들의 비결은 그 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물이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다.

루브르 측은 이런 웅장한 효과를 재현하는 대신 높은 계단의 꼭대기에 조각을 올림으로써 또 다른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니케 상의 새로운 위치는 즉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관람객들은 마음을 빼앗겼다. 갑자기 선정성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고 찬사가 쏟아졌다. 니케의 배는 마치 진짜 배처럼 중앙 계단 꼭대기에 안정적으로 정박해 있었다. 커다란 배들이 정박한 항구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듯 사람들은 이 조각상을 찾아와 감탄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계단의 승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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