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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31. 2017

02. 투탕카멘의 무덤

<당신이 알지 못했던 걸작의 비밀>



곧 어마어마한 양의 고대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투탕카멘의 왕좌, 보석과 금으로 장식된 네 대의 마차도 있었다. 설화석고 꽃병과 왕이 입었던 망토, 흑단과 상아로 만들어진 상자들, 왕이 쓰던 가발과 도금된 악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넋을 잃었다. 워낙 대규모의 발견이라 소문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12월 1일까지 전세계 모든 신문에 투탕카멘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그때까지는 현장의 전문가들만 알고 있던 이름이 이제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되었다.




〈뉴욕 타임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이집트 무덤에서
보석이 박힌 유물들이 나와
조사자들을 놀라게 하다.


유명세도 따랐다. 어떻게 무덤의 출입을 단속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겠는가? 현지인들 사이에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비행기 석 대가 날아와서 보물들을 실어 갔다는 것이다! 점점 더 관광객에 의존하게 된 나라에서 가난한 현지인들은 투탕카멘을 하나의 생존 수단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만약 보물이 사라진다면…….


무덤이 공식적으로 폐쇄되고 유물들이 보존을 위해 연구실로 옮겨진 뒤에도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제한구역 근처까지 숨어들어왔다. 나무로 된 유물들에 기름 처리를 하기 시작하자 수많은 말벌 떼가 날아왔다. 말벌들이 현장 노동자들과 관광객들 위를 무자비하게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기 시작하자 모두 정신없이 흩어졌다. 카터는 이 성난 곤충 무리를 피하기 위해 투탕카멘 무덤의 전리품을 더 서둘러 싸기 시작했다.

이 모든 소동으로도 모자랐는지 급기야 카나번 경이 1923년 4월 5일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식적인 사인은 열대 곤충에게 물린 후 걸린 패혈증이었지만 이집트인들은 그의 죽음이 미라의 저주를 받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정말 곤충에 물린 것이 사인이었을까? 어쩌면 무덤 안쪽에 깊이 묻혀 있던 독성이 있는 물건을 만졌을지도 모른다. 혹은 몇 세기 동안 지하에 갇혀 있던 유독한 공기를 들이마신 탓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파라오의 영원한 잠을 깨운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3,000년 전부터 준비된 것이었을까? 무덤에 말벌들을 보낸 것은 누구였을까? 게다가 카나번이 죽은 그 순간 영국에서 기르던 그의 개도 비명을 내지르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카터가 기르던 카나리아도 무덤이 발견되던 날 죽었다고 한다. 그의 하녀는 두려움에 떨며 카나리아가 뱀들을 보고 겁에 질려 죽었으며 이것은 죽은 파라오의 무덤이 보내는 계시라고 말했다. “그 무덤을 열지 마세요!” 하녀는 집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말했다.

아무리 부인해도 카나번이 고대의 신들을 분노하게 했다는 소문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투탕카멘의 무덤-정치. 민족적 자부심, 말벌, 죽은 카나리아, 그리고 저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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