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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31. 2017

04.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당신이 알지 못했던 걸작의 비밀>



무덤 속에서 산드로 보티첼리만큼 극적으로 명성을 회복한 예는 또 없을 것이다. 또한 〈비너스의 탄생〉만큼 무명인 상태로 묻혀 있다가 강력하게 부활한 미술작품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 그림이 1815년 이후 계속 전시되면서도 대부분의 세월을 무시와 외면 속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보티첼리의 명성은 어떻게 그토록 완전히 무너져 내렸던 것일까? 그는 생전에 매우 인기 있는 화가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과 피렌체 메디치 저택의 벽화를 의뢰받았겠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보티첼리도 피렌체의 거장인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수련했다. 미술사가들은 재빨리 이 세 화가의 손길이 모두 들어간 작품을 찾아냈다. 베로키오의 걸작으로 현재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된 〈그리스도의 세례〉가 그것이다. 베로키오가 직접 그린 두 명의 중심인물 옆에 두 명의 천사가 있는데, 좌측 하단에 있는 몸을 뒤로 돌린 천사는 다빈치가 그린 것이고 또 다른 천사는 보티첼리가 그린 것이다.


이렇듯 위대한 예술가들 사이에서 운 좋게 시작한 보티첼리에게는 평생 그 행운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명성은 그가 죽자마자 바로 사그라져버렸다.            


겉으로 드러나는 품위를 중시했던 빅토리아 시대에 이토록 역동적인 누드화가 재조명을 받았다는 사실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다. 고상한 사회를 위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의 은밀한 부분도 가려야 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티첼리의 누드는 다른 누드들과 달랐다. 이 그림은 티치아노나 조르조네의 작품처럼 매력적이거나 유혹적이지 않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차갑게 우리의 시선을 외면한다. 우리가 비너스에게 찬사를 보내더라도 그녀는 그 찬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관람자를 똑바로 응시하는 티치아노의 〈비너스〉와 달리 이 비너스는 몸의 대부분을 손으로 가린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이다. 빅토리아 사회는 아마도 이 여성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몸이 이상화되어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만족했을 것이다.


페이터의 에세이가 출판된 후 학자들은 〈비너스의 탄생〉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 그림의 연작처럼 보이는 〈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영원한 것은 없다, 외면조차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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