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시대>
“감정노동은 이제 더 이상 특정 유형의 노동자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닙니다. 후기 산업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노동의 한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겪고 있는 당사자에게만 이 문제를 미뤄둘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감정과 사회 문제가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합니다.”
다양한 서비스 업종의 고객 응대 매뉴얼 속 단어들이 서로 어떤 의미를 갖고 연결되어 있는지 분석해 <감정노동 담론의 경합과 공존(2016)>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연세대학교 김왕배 교수의 말이다.
감정노동을 신자유주의 산물로 보는 혹실드 교수는 과연 답을 찾았을까?
“1983년에 <감정노동>을 쓴 뒤 사회는 신노동주의라는 새 물결을 맞았습니다. 서비스 직종의 비율이 더 확대되고 있지만 그들은 상대하는 고객, 일하는 시간, 쉬는 시간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근무환경 속에서 노동자는 스스로를 사람이라기보다 기계 같다고 느낄 겁니다. 감정노동자의 결속을 위해 이뤄져야 할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노동자들의 자기결정권입니다.”
노동자의 자율권,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를 위해 지금 우리 교육 현장에서 노동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되짚어봤다.
노동자의 권리는 가르치지 않아도 노동자의 의무만은 가르친다는 학교. 노동 교육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노동의 가치에 대해 가르치는 시간이 미미해서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2년 동안 노동에 대해 배우는 시간은 최대 5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법과 정치> 교과서를 집필한 인하대 사회교육과 정상우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 교육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회 교과에서 경영, 또는 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일관된 경향입니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바르게 습득하지 않고서 우리 사회가 노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의 태도, 올바른 노동자 정책을 정립할 수 있을까요? 경영자, 경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노동 인권은 무시될 수밖에 없죠.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폄하로 가는 것도 당연하고요.”
일반고 사회과 교과서 노동 관련 서술 분석(2009 교육과정)
한 신문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9 교육과정에서 고등학생 사회과 교과서의 노동 관련 내용 비율은 고작 2%다. 노동의 가치에 대해 가르치는 시간 역시 미미해서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2년 동안 노동에 대해 배우는 시간은 최대 5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 성장과 기업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노동의 가치가 올바로 매겨지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노동 교육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부문에서 노동 교육을 거의 접할 수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한국의 중학교 교과 과정에 해당하는 독일의 사회과 교과서를 살펴봤다. 독일의 사회과 교과서에는 노동자 수와 실업자 수,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비정규직 문제 등 학생들이 곧 직면하게 될 노동시장의 현실을 꼼꼼히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모의 교섭단체 놀이다. 학생들은 경영자와 노동자의 역할을 번갈아 맡은 뒤 서로 토론과 논쟁을 벌여 각자의 입장에서 노사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미디어들이 노동조합을 기업 활동을 방해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적으로만 다루는 데 반해, 독일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경영자, 정부와 함께 경제 주체로 설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