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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31. 2017

04. 최종 승자의 비밀, 10살에 나는 어금니

<습의 시대>



얼마 전 EBS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사라진 인류’를 보면 적어도 수백만 년 전, 침팬지에서 분화한 인류는 최소 29종 이상의 인류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발레그하자리 등으로 나눌 수 있고, 오로린 투게넨시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아르디피테쿠스 카다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안테세소르,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현생인류) 등 그 이름도 다양했다.



<참고>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라는 용어는 현생인류와 그 직계 조상을 포함하는 분류인 사람속(屬, Homo)을 의미하나, 인류의 진화에 관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진화 단계상 존재하였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의 다른 사람과(科, Hominidae, 사람,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의 영장류)도 포함한다. 사람속(屬 Homo)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230만 년 전에서 240만 년 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분리되었다. 인류의 진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가장 지배적인 견해는 ‘아프리카 기원설’인데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진화하여 5만 년에서 1만 년 사이에, 아시아에서는 호모 에렉투스가 유럽에서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이주했다는 설이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종<속<과<목<강<문<계”의 영어 표기는 다음과 같다. (계로 갈수록 더 범위가 커지는 것임)

계(界) kingdom
문(門) divisio, division (동물분류에서는 phylum)
강(綱) classis, class
목(目) ordo, order
과(科) familia, family
족(族) tribus, tribe
속(屬) genus
절(節) sectio
계(系) series
종(種) species
변종(變種) varietas, variety
품종(品種) forma
재배변종(栽培變種) cultivar
개체(個體) clone

위의 각 영어표기 앞에 sub를 붙이면 아(亞)-의 의미가 된다. 예를 들어 genus 앞에 sub를 붙여 subgenus를 만들면 아속(亞屬)의 의미를 갖는 단위의 표기가 된다.

따라서, 종<속<과<목<강<문<계는 species<genus<family<order<class<division<kingdom가 된다.


어떤 종은 채식만 하기도 했고 또 어떤 종은 육식만 하기도 했다. 몸집이 큰 종도 있었고 몸집이 작은 종도 있었다. 이런 원시 인류에서 인간다움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있었으니 바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다. 이들은 맹수가 가득한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매우 고단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고 근육질의 단단한 몸을 가졌다. 이들은 망자(亡者)에 대한 의식(儀式)이 있었고 언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면에서 인류 최초로 인간다움을 보여준 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들은 죽은 자의 뇌를 으깬 뒤 뇌를 꺼내 먹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뇌를 먹음으로써 죽은 자의 지혜를 흡수한다는 원시적인 사고에서 비롯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들은 인류 최초로 동료를 살해한 종으로도 알려져 있다.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Paranthropus boisei)’는 최근까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Australopithecus boisei)로 불렸는데, 약 260만 년~5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살았으며 몸무게는 약 45kg, 키는 1m~1.5m 정도였고 암수간에 크기 차이가 심했으며 뇌용량은 500cc 전후로 우리 뇌의 약 1/3 수준이었다.

이들의 뇌가 작았던 것은 이들이 채식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우리 치아보다 네 배나 큰 어금니와 턱 때문에 ‘호두까기 맨’이라 불렸다. 풀을 소화시키느라 턱이 발달하고 얼굴은 넓적해졌다. 채식동물은 육식동물과 비교하여 같은 칼로리라도 많은 양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인간의 식량 섭취량에는 한계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뇌는 다른 신체 장기와 경쟁을 하게 되었고 보이세이는 뇌의 크기를 줄이고 내장의 크기를 키우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채식을 한 보이세이는 자신의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8시간 이상을 풀을 먹는 데 써야 했으므로 포식자들인 맹수에게 쉽게 노출되었다. 그래서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멸종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알고 있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Homo neanderthalensis)는 유럽을 중심으로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북부 아프리카에까지 분포된 인종으로 우리 현생인류와 최종적으로 승자 경쟁을 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1856년 독일 프로이센의 뒤셀도르프 근교 네안데르(Neander)계곡에서 발견되어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이름 붙여졌는데, 매장 풍습과 불을 사용했으며 서로 협력해서 사냥하고 공정하게 나누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고 언어도 사용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견주어 손색없는 인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20세기 중반까지는 호모네안데르탈렌시스를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亞種)으로 보고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분석결과 두 인종이 유전적으로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다른 종으로 분류되었다. 이들 두 인종이 인류의 역사에서 빙하기를 지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인종이다. 그리고 인류사의 최종 승자는 다들 알다시피 바로 우리들인 ‘호모 사피엔스’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최종적으로 살아남았고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왜 우리는 살아남고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게 되었을까? 신체조건으로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보다 몸집도 크고 근육질의 다부진 체형이다. 마치 덩치 큰 근육질의 격투기 선수가 연상되는 몸이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그에 비해 가냘프고 연약한 몸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맞붙어 싸우면 뼈도 못 추리고 죽음을 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신체 크기에 따른 근육량이나 골격이 살아남게 된 조건은 아닌 셈이다. 이에 대한 많은 이론과 추정들이 있었다. 그런데 해답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과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치아를 연구했다. 사람의 치아는 나무처럼 자라면서 첫 성장선과 스트레스선, 그리고 사망선까지 사람의 일생을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기게 된다. 이를 ‘치아형성부전’이라고 한다. 치아를 연구하면 그 사람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다. 그렇게 두 인종의 치아를 연구했더니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바로 어금니의 발치 시기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금니가 10살에 나왔는데 네안데르탈인은 6살에 나왔다. 이것이 이 두 인류의 가장 큰 차이였다. 어금니가 나왔다는 것은 유년기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금니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말에 ‘어금니를 악물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고통이나 분노를 참으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한자에도 어금니가 들어있는 표현으로 아성(牙城)이라는 표현이 있다. 보통 ‘아성이 무너지다.’ , ‘아성을 깨뜨리다.’ 라는 표현으로 사용하는데 이 말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무너졌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처럼 어금니는 고통이나 분노를 참는 데 필요한 굳은 의지, 또는 매우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에게 어금니가 나왔다는 것은 고통이나 분노를 참을 수 있는 의지가 강해졌다는 것, 다시 말해 유년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수명이 20년 정도에 불과하던 원시 시대에는 어금니가 나왔다는 것은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고 수렵활동이나 채집 활동에 투입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옛날에는 어금니가 나온 10세 전후로 시집이나 장가를 보내는 조혼 풍습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었던 것이 바로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두 인류의 어금니 발치 시기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는 10년이라는 유년기가 있었고 네안데르탈인은 6년의 유년기가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10살에 유년기를 끝내고 생존 활동을 위한 수렵 행위나 채집 행위에 투입될 수 있었던데 반해 네안데르탈인은 6살에 유년기를 끝내고 생존활동을 위한 수렵행위나 노동행위에 투입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보다 무려 4년이나 일찍 생존경쟁에 뛰어들어야 했다. 수명이 불과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던 고대 인류에게 있어서 6살에 성인이 되는 것과 10살에 성인이 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일찍 생존경쟁에 뛰어들었던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더욱 긴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결국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유년기를 더 길게 보낼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것은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양육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수렵이나 채집 활동이 아닌 정착생활을 통해서 가능해진 것이다. 바로 농업혁명을 통한 정착생활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유년기를 더 많이 보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더 많은 가정교육을 받을 수 있고 사회화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된다. 즉, 긴 유년기를 보내면서 더욱더 풍부하게 부모로부터 유대감과 정서적 교감,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두뇌의 정서적 발달과 교감능력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었다. 

사실 우리 인간은 포유류를 비롯한 모든 동물들 중에 가장 긴 유년기를 보내고 있다. 갓 태어난 강아지나 병아리가 바로 걷고 혼자 먹고 뛰고 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인간에게 필요한 시간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우리 인간이 유약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 이처럼 가장 늦게까지 부모의 품에서 안정된 보육과 돌봄을 필요로 하고 가장 늦게 생존 경쟁에 뛰어들게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가 결국 지구상 수많은 인류 중에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동물의 유년기는 생존 활동을 하는 시기가 아니라 놀면서 부모, 형제와 사회성을 기르는 시기다. 특히 인간에게 있어 유년기는 사회성은 물론 창의력을 기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요즘은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TV에 출연해서 깜찍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TV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어린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들의 상상력에 어른들도 놀랄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처럼 유년기는 말을 배우고 세상을 익히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시기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10년의 유년기를 보내면서 충분한 가정교육과 사회성, 창의력 등을 기를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유년기를 보내야 했고 따라서 충분한 가정교육이나 사회성, 창의력을 기르기도 전에 생존 경쟁에 뛰어들어 힘겹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이것이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던 비결이었다. 

아기에게 더 안락하고 안정적인 유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최대한 늦게 아이가 생존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부모가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농업혁명은 결과적으로 남자들은 가족을 위해 죽도록 노동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더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여 여자들은 더 많은 아이를 출산해야 하므로 출산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아이러니를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세대를 넘어 전해지면서 고된 삶이 신의 형벌이라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종신토록 일해서 땅의 소산을 먹고 살게 된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신이 우리에게 주신 명령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것이 성경의 창세기에서 말하는 신의 형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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