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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6. 2017

08. 국민(國民)의 종말, 기업민(企業民)의 시대

<습의 시대>



인간의 두뇌 능력에는 지능과 의식, 감정 등이 있다. 인공지능에게 지능에 해당되는 일자리를 빼앗긴다면 인간의 고유 영역인 의식이나 감정을 이용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감정이나 예술, 그리고 창의성과 같은 분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창의적인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비록 인공지능이 스스로 감정이나 의식을 갖지 못하겠지만 사람의 감정을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감정 변화는 목소리나 얼굴 표정 그리고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들로 충분히 파악되기 때문이다. 이는 충분히 데이터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것들이며 수많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오히려 더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딥러닝 인공지능을 탑재한 거짓말 탐지기를 상상해보자.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는 결국 데이터를 해석하는 전문가의 직관과 판단에 의존해야 하지만 딥러닝 인공지능을 탑재한 거짓말 탐지기는 학습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주 정확하게 확률적으로 거짓말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창의성조차도 인공지능에 의해 상당 부분 점령당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들이 갖게 되는 새로운 생각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전 세대나 이전 연구자들이 해오던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합이나 추가 및 삭제의 과정을 통해 다듬어지는 과정에 불과하다. 물론 당분간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협업을 하는 체제로 운영될 것이다.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 하고 인공지능을 보조로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지나게 되면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의사 한 명을 만들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걸린다. 또 다른 의사를 만들려면 같은 비용과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의사 프로그램은 한번 만들어지면 같은 비용이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최신 의학 연구 결과나 데이터로 업데이트하기도 쉽고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최고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워드스미스와 같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실 위주의 신문 기사를 쓰고 있고, 지진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지진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여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다.

UC Santa Cruz 대학의 음악 교수인 David Cope 교수는 실험적으로 바하 스타일의 작곡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개발에 무려 7년이나 걸렸지만 완성된 인공지능은 하루 동안에만 무려 5천 개의 곡을 스스로 만들었다. 지속적인 개선 작업으로 베토벤, 쇼팽, 스트라빈스키 풍의 작곡도 해내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오레곤 대학교수 스티브 라슨은 음악 인공지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하의 작품, 인공지능의 작품, 그리고 본인의 작품 세 곡을 연주한 다음, 누가 어떤 곡을 작곡했다고 생각하는지 대중들의 평가를 받자고 제안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감히 사람의 영혼을 이해하는 음악을 만들 수 없을 것이며 대중들이 이를 구분해낼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공연 당일 수백 명의 음악 평론가, 학생 및 팬들이 오레곤 대학 연주홀에 호기심을 가지고 모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청중들은 인공지능의 작품을 바하의 것으로 생각했고 바하의 작품을 라슨 교수가 작곡한 것으로 생각했으며 라슨 교수의 작품을 인공지능이 작곡한 것으로 판단했다. 구글은 인공지능 화가 ‘딥드림(Deep Dream)’을 개발했다. 이름에 걸맞게 깊은 꿈속, 완전한 무의식의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거침없이 그려낸다. 이미지 생성은 원래부터 구성되어 있던 사진, 그림을 토대로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딥드림은 자신이 원래 의도된 이미지의 형태만을 과장하고, 그 외의 요소는 무시해, 이미지를 왜곡해낸다. 더불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노이즈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절차를 시행해 이미지를 생성해낼 수도 있다. 구글은 이를 두고 “우리는 인공지능이 예술 영역에까지 깊이 영향을 줄 수 있는 혁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창의적인 예술 영역조차 인공지능이 침투한다면 앞으로 우리 인류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인류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래에는 어떤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지보다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각 시대를 이끌고 주인공이 된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그 나라가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된 기업을 배출한 나라라는 말이다. 즉, 그 기업이 속한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지 나라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 아닌 것이다. 향후 엄청난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은 눈부신 실적과 함께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강력한 글로벌 기업들은 국가의 역할을 상당히 가져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국가가 주도해서 산업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과거 박정희 정부시절부터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정부 주도로 철강산업이나 중화학공업 육성 등을 일으키며 정부가 나라의 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이제는 국가나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의 흐름을 뒤쫓아가기도 바쁜 실정이다. 마치 중세 봉건시대에 지역 영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농사를 짓는 것이 어떤 나라의 국민인지보다 더 중요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봉건시대 농사꾼은 영주를 선택할 기회와 권리가 없었지만 미래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관련된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더욱 많은 고용의 기회와 창업의 기회를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아예 기본적인 고용의 기회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기업을 많이 보유한 국가라면 이들 기업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해서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복지라도 제공할 수 있겠지만, 아예 그런 기업조차 갖지 못한 가난한 나라들은 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글로벌 기업들은 세금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신생 국가로 이동해 버릴 수도 있다. 결국 힘과 자본, 그리고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거기에 속한 ‘호모 에이아이시스’와 그렇지 못한 호모 사피엔스들간의 생활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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