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부부 재테크>
30대 가정의 재무 문제&솔루션
“여보, 우리 얘기 좀 해!”
하이 톤에 날카로운 목소리. 아내가 심상치 않다. 만장 씨의 동공이 강도 7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얘기 좀 하자니, 그 얼마나 두려운 말인가. 만장 씨는 37세, 파란씨는 35세, 올해로 결혼 9년차 부부. 9년 동안 만장 씨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내의 ‘얘기 좀 하자’라는 말은 곧, ‘한판 붙자’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만장 씨는 평소에도 아내와 대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었다. 아내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당당해야 한다. 만장 씨는 눈에 힘을 주고 언성을 높였다.
“무슨 얘기? 누가 겁날 줄 알고?”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두 아이까지 얼어붙었다. 이 철부지들도 심상찮은 기류를 파악한 것이다. 만장 씨는 절대 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며 아내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
“왜? 왜 또 그러는 건데? 애들 앞에서.”
“당신은 평생 혼자 살지 결혼은 왜 했어?”
“뭔 소리야, 밑도 끝도 없이.”
“애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 보이기 싫은 사람이 그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해?”
“아, 그냥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
남편을 무섭게 노려보던 파란 씨가 화장대 서랍에서 카드 명세서를 꺼내 만장 씨에게 내밀었다. 명세서를 볼 것도 없었다. 아내가 왜 화가 났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아! 카드값 나오기 전에 돌려 막는다는 걸 깜박했네!’
“평소보다 카드값이 너무 많이 나와서 명세서 확인했어. 그런데 신용카드로 현금 인출을 해? 그것도 백만 원이나!”
만장 씨는 할 말을 잃었다. 절친 종혁이 찾아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제발 돈 좀 빌려 달라고 사정하는 통에 어쩔 수 없었다. 그 돈이 왜 필요한지도 물어보지 못했다. 그럴 때 그냥 도와주는 게 남자들끼리의 의리이기 때문이다.
‘뭐라고 둘러대지? 남자들끼리의 의리를 마누라가 이해할 리 없는데!’
파란 씨의 표정이 점점 더 싸늘하게 굳어 갔다. 손끝만 닿아도 얼어붙을 것처럼 차갑게. 파란 씨는 더 이상 싸우기 싫다는 듯 만장 씨에게 베개를 건넸다.
“당신은 가장으로서 자격이 없어. 평일에 일하고 들어오면 쉬지도 못하고 집안일에, 얘들 뒤치다꺼리에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주말에도 내내 집에서 일만 하고! 나는 어떻게든 살려고 아등바등하는데 당신은 잊을 만하면 돈 사고야? 이제 말하기도 지쳐. 오늘부터 애들 방에서 자.”
파란 씨는 그렇게 말하고 거실로 나가 버렸다. ‘쾅!’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이 꼭 아내의 마음이 닫히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게 이럴 정도로 큰 잘못인가? 그깟 백만 원, 채워 넣으면 되잖아!’
일단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아내가 화를 내며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자 만장 씨도 덩달아 화가 났다.
‘그깟 돈이 남편보다 더 소중한가?’
그렇게 생각하자 더욱 화가 난 만장 씨는 죄 없는 방문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
“만날 돈밖에 모르고. 돈! 돈! 지겨워!”
남편의 외침을 들은 파란 씨는 텔레비전 볼륨을 한껏 높이고 남편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지겨운 건 너야!’
다음 회에 해결방법인 <맞벌이 가정, 뭐가 문제지?>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