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부부 재테크>
이번 다툼은 더 볼 것도 없이 만장 씨의 패배군요. 맞벌이로 아이 둘을 키우면서 빠듯하게 살아가는 와중에 백만 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빌려주다니요. 남자로서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에게 얼른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 그러면 파란만장 부부처럼 맞벌이하는데도 힘든 가정은 왜 그런 것일까요? 맞벌이 부부들은 대개 둘 다 돈을 번다는 생각에 가정의 돈 관리에 느긋한 경향이 있습니다. 갈수록 실직이나 소득 단절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인류의 수명은 늘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경제적 수명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구조조정과 조기 퇴직이 일반화되면서 소득 단절 위험성이 커지고 있죠. 이렇게 보면 맞벌이 가구의 소득 단절 위험은 외벌이 가구의 두 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는 이를 실감하지 못합니다. 한 쪽이 실직을 해도 다른 쪽의 소득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따지고 보면 맞벌이라고 해서 딱히 더 여유가 있거나 저축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흑자율 차이는 10% 내외입니다. 그렇다면 파란만장 부부 같은 맞벌이 가정은 어떻게 재무 관리를 해야 할까요?
1. 맞벌이로 인한 지출 비용을 소득에서 빼라.
부부 두 사람의 소득에서 맞벌이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제외시켜서 생각하세요. 이 비용은 차비, 용돈 등입니다. 만약 두 사람의 총소득이 6백만 원인데 유지 비용이 2백만 원이라면 수입을 4백만 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둘의 소득 전체에 눈높이를 고정시키기보다는 맞벌이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제하고 소득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지출예산을 잡을 때 좀 더 긴장감이 생기니까요.
2. 아이에게 미안해서 쓰는 비용을 줄여라.
맞벌이 부부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 아이에게 항상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이와 외식을 자주 하거나 장난감, 용돈 등에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나 이런 지출들은 가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미래의 교육비를 지금 쓰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녀를 위한다고 볼 수 없겠죠? 지금의 미안함을 돈으로 해소하려 하지 말고 아이의 미래에 투자하세요. 당장의 미안한 마음을 더 현실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비자금을 포기하라.
많은 맞벌이 부부가 비자금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용돈을 아껴서 만든 비자금이라면 또 모르죠. 그러나 지출예산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벌기 때문에 각자 돈 관리를 하면서 비자금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파란 씨가 현금 서비스를 받은 신용카드! 이것이 늘 다툼을 불러오는 화근입니다. 신용카드가 일반화되면서 각자의 이름으로 된 카드를 규제 없이 사용하죠.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배우자 몰래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비자금을 만드는 것일까요? 상대방의 동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지출은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죠. 남편들은 만장 씨처럼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인심을 얻거나 술자리 혹은 남편 쪽 가족을 챙기기 위해 비자금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들은 친정을 돕거나 부부 사이가 어려울 때를 대비하기 위해 비자금을 만들죠.
한마디로 비자금을 만드는 이유는 배우자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계 재무 구조가 형성되면 지출 통제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서로의 소득이나 지출을 투명하게 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비자금을 만들며 서로 불신하기보다는 각자 소득이나 지출을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가계 지출예산, 저축 목표 등을 공유할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