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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1. 2016

02. 전 세계 부자들은 인문고전을 읽는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 왕안석(1021~1086, 중국 북송 대의 정치가) -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 부의 90퍼센트 이상은 세계 인구의 약 0.1퍼센트가 소유했다. 민주주의가 도래하기 전에 그 0.1퍼센트는 왕과 귀족이었다. 지금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과 세계적인 기업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의 부자인 왕과 귀족들은 신분제도를 만들어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현대의 부자들은 교육제도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다. 과거의 부자와 현대의 부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인문고전 독서가라는 사실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최고 승자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들과 사업가들은 현대 자본주의의 틀을 만든 사람들과 동일한 수준의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돈의 흐름 또한 명확하게 꿰뚫을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세계 최고 투자자들의 인문고전 독서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삶을 조사해보면 1) 독서광이다, 2) 최고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가다, 라는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실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 왜 세계적인 투자자가 없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그들만큼 인문고전을 읽지 않는다. 물론 투자 기법이나 매매 기법을 다룬 책들은 다들 열심히 읽는다. 하지만 그것은 ‘독서’라기보다는 ‘재테크 공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독서는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주지 못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관점에서 보면 고작해야 푼돈 버는 기술이나 가르쳐줄 뿐이다. 아서 클라크는 투자회사 ‘아서 D. 클라크 앤드 컴퍼니’의 경영자로 연간 복리 수익률 17.6퍼센트(1985년 이후)를 기록한 성공한 투자자이다. 그는 워런 버핏 연구가이기도 한데 버핏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워런 버핏과 밀턴 프리드먼과 소크라테스를 동급으로 봅니다.” 

(위에서부터) 워런 버핏, 밀턴 프리드먼, 소크라테스


아서 클라크의 이야기는, 그 자신이 말한 대로, 이상하게 들린다. 소크라테스는 철저하게 비물질적인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에 도착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월스트리트와 시카고 대학으로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들이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들을 찾아가서 “당신들의 삶은 진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설파할 것이다. 아서클라크는 소크라테스의 이런 성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밀턴 프리드먼에 대해 많이 연구한 것으로 보이는 그가 이런 이상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가 소크라테스의 삶이나 사상을 말한 것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란 곧 철학자의 사고방식인데 그 핵심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군중의 사고방식과 반대되는 것이다.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군중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중은 철학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고, 철학자는 군중 속에서 평생 외롭게 살거나 은둔한다.

철학자의 사고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철학자가 경멸할 듯한 돈의 영역에서도 빛을 발한다. 세상의 모든 거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이, 돈은 이상하게도 군중이 가지 않는 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는 곧 군중이 가지 않는 곳을 탐험하는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누가 군중이 가지 않는 곳에 갈까? 당연히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자의 사고방식의 지향점은 철학자의 그것과는 판이하지만 말이다.

미국 최고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에서 털어놓은 다음 말을 들으면 앞의 이야기들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책을 특히 즐겨 읽는데 그는 자신의 양심이 믿는 바를 따를 것을 강조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혼자 힘으로 생각하라는 것인데 나는 그 철학에 동의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선명한 사고 思考에는 필수적이며 어떤 종류의 집단 심리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군중과 다르게 투자하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유의 이야기는 사실 매우 식상하다. 거의 모든 투자 서적과 재테크 서적에 쓰여 있고 워런 버핏을 비롯한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입만 열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의 군중은 ‘시장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투자 격언을 ‘보행자는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는 말처럼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군중은 왜 정작 투자시장에 들어가면 자신이 아는 바와 다르게 행동하는 걸까? 그 결과 그나마 모아둔 돈마저 합법적으로 털리고 마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문고전 독서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이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가 있어야 한다. 철학하는 세포는 오직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군중은 재테크 서적은 읽어도 철학고전은 읽지 않는다. 즉 군중의 두뇌에는 ‘철학하는 세포’가 없다. 그 결과 투자시장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시장과 다르게 사고하라’ 라는 말을 순식간에 망각하고 자신의 재산을 ‘철학하는 세포’를 가진 세계적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바치고 마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재테크 서적은 돈을 버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서양의 천재경제학자들이 만든, 우리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아름답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기만 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지혜는 책 속에 있지 않다. 지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 세상에는 소위 인문고전 마니아라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교수들은 평생 인문고전만 파고든다. 하지만 그들의 독서는 세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들은 인문고전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을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우는 대신 말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교수들이나 존 템플턴, 피터 린치 같은 투자자들은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운 사람들이다.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를 만든 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월스트리트 금융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은 사람들이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에서 저자 박용석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 중에 직접 만난 젊은 부자들은 한결같이 독서광이었다. (…)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는 핑계는 가난한자들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 필자는 젊은 부자들에게 ‘반드시 집에 가지고 있어야 할 책 3권’과 그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크게 감명을 받은 책 3권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놀랍게도 한국의 젊은 부자들은 인문고전을 골랐다. 대표적으로 『사기열전』 『로마제국 쇠망사』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선정했다. 그 이야기를 접하고 나는 큰 희망과 깊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큰 희망은 언젠가는 그들 중에서 조지 소로스 이상 가는 인문고전 독서가가 나와 우리나라 금융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리라는 기대에서, 깊은 안타까움은 그들의 인문고전 독서 수준이 심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그들이 지금부터라도 인문고전 독서에 목숨을 걸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한국의 젊은 부자에서 세계의 젊은 부자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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