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트렌드 노트>
미세먼지’ 때문에 ‘가까운 곳’으로 ‘가는’ 행위가 나타났다는 인과관계를 확신하기는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은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조금 더 깊이 그들의 사정을 살펴보면, A씨와 같이 ‘버텨내야 하는 주말’을 위해(상대적으로 덜 피곤할 수 있는) ‘가까우면서 실내인 곳’은 매우 훌륭한 대안이 된다. 미세먼지는 일종의 그럴듯한 핑계일 수도 있다. 솔직히 사랑하는 자녀에게“, 나 회사에서 너무 피곤해서 이번 주말에 집 밖으로 도저히 못 나갈 것 같아… 주말 동안 밀린 잠도 자고 누워서 TV도 보고 맥주 마시면서 쉬고 싶어…”라고 말할 용기를 가진 부모가 몇이나 될까? 회사생활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을 B씨에게도 역시 남자친구 그리고 애견과 함께할 수 있는 ‘가까운 실내’는 휴식이라는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장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와 비교해 사람들은 어디로 ‘더 많이’ 가는가? 이에 대한 대답을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찾아볼 수 있었다.
언급량이 늘어난 장소 가운데 우리가 주목한 곳은 ‘하남’과 ‘잠실’이었다. 두 장소 모두 ‘실내 공간’ 중심이다. 미세먼지를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상황, 혹은 미세먼지라는 핑계를 대며 ‘버텨내야 하는 주말’이라는 상황에서, 서울/경기권 거주자들에게 2016년 스타필드 하남의 개장과 2017년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은 ‘가까운 곳’이자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걱정을 덜 수 있는 ‘실내 공간’이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장소였다. (정우성과 김지원이 이야기하던 “주말에 뭐 하남?”은 잠시 잊자.)
“저희 내일 하남 스타필드 가기로 했어요~~~~ 거기 테슬라 매장도 들어와 있다고 해서~ 구경이나 할 겸 맛집도 많고 볼 게 많다고 하더라구요~ 일요일에 사람 엄청 많을까… 살짝 걱정되네요~ㅎ 안 그래도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 나들이가 훨 나니깐요”
“주말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두 아이 데리고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실내에 넓은 곳! 가까운 근교로 가보자! 해서 하남 신세계 스타필드 다녀왔어요!”
“전 스타필드 하남이랑 잠실 롯데월드몰 정말 자주 가요~ㅎㅎ 17개월짜리 애기가 있다 보니 요즘 같은 미세먼지 천국일 때엔 밖에 다닐 수는 없고, 구리에서 차로 15분 거리이니 딱이죠^^”
스타필드 하남 내부
하남은 스타필드 오픈 이전과 이후의 인식 변화가 가장 드라마틱한 장소다. 하남의 연관어를 살펴보면 스타필드가 오픈하기 전의 하남은 ‘분위기’ 있는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 ‘주말’에 ‘가족’과 함께 다녀오는 서울 근교였다. 그러나 지금은 ‘스타필드’로 대표되는 동네로 바뀌었고, 새로 오픈한 그곳에 ‘한 번’ 가서’보고’, ‘먹고’, 구경하며 몰링(malling)하기 좋은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남에 있는 스타필드가 아니라 스타필드가 있는 하남이다. ‘스타필드 다녀왔다’고 인증할 수 있는 장소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하남’과‘ #스타필드’의 언급이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남’ 연관어 변화
사실 대규모 복합몰은 스타필드 하남 말고도 이미 여럿 있다. 서울 근교만 해도 판교 현대백화점, 일산 이마트타운, 김포 현대아웃렛 등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스타필드 하남은 서울과 인접한 동쪽지역에 최초로 조성된 대형몰이라는 입지적 조건과 상대적으로 젊은 부부들의 미사신도시 대규모 입주 등의 물리적 조건, 그리고 하남 스타필드만의 플러스알파적 요소들이 결합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남 스타필드가 ‘새로운 장소’의 등장이라면,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신규 건축이긴 하되 사람들에게는 ‘기존 장소의 업그레이드’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알다시피 잠실은 ‘롯데월드’와 ‘롯데백화점’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30년 이상 제공해온 곳이어서, 적당히 즐길 수 있으나 다소 진부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 롯데월드 타워가 완공되고 순차적으로 몰과 백화점이 개장하면서 “새로 오픈했으니 다녀와 봤어”라고 말할 수 있는 좋은 인증거리를 제공했다. 잠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역시 크게 바뀌지는 않았으나 롯데월드타워 완공 후 ‘맛집’‘, 다녀오다’‘, 데이트’‘, (사진) 찍다’ 등의 연관어 순위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