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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병원, 마음 편하게 가셔야죠.

<파란만장 부부 재테크>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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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가정의 재무 문제&솔루션

파란 씨는 만장 씨 몰래 병원을 찾았다. 갑자기 노쇠해진 탓인지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다. 만장 씨에게 이야기하자니 걱정을 할 것이 분명해 혼자서 병원을 찾은 것이다. 종합 검진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1년에 한 번씩 건강 검진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막연히 건강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데 혹시나 비싼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수술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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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해 둔 보험이 몇 개였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파란 씨는 엄마 생각이 났다. 파란 씨의 엄마 역시 나이가 들수록 병원비 나가는 것이 무섭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식들에게 부담 주지 않고 내 마음대로 병원에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정도로 준비된 사람도 별로 없어.”

노년기를 맞은 베이비부머 세대, 파란 씨의 부모님 세대들은 병원비 걱정이 많다. 병원을 마음대로 다니고 싶다는 은퇴자들의 이런 바람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병치레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엄마가 나를 붙들고 하소연했던 게 이래서였구나.’

파란 씨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함께 대기 의자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무릎 관절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병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에휴, 관절 안 아픈 늙은이 없지. 그래도 큰 병 아니면 괜찮은 거예요.”
“어디 많이 편찮으세요?”
“아니요. 내가 아니라 우리 언니가 아파요. 언니는 검사받는 중이고 나는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언니가 7년 전에 폐암 1기 진단을 받았어요. 수술 두 번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았는데, 5년 있다가 암이 가슴으로 전이됐어요. 유방암이요.”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몸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지금 언니네 형편이 말이 아니에요. 60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녔었는데……. 언니가 아프고 나서 한 달에 천만 원 하는 신약 치료를 받았어요. 병원비를 그렇게 쓰면 아무리 부자라도 버틸 수가 없지. 천만다행으로 재작년부터 보험 처리가 되기는 하는데, 검사비며 수술비며 입원비며 돈이 나갈 데가 천지예요. 암보험도 들고 실비도 들어 놨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투병 기간이 길어지니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아파트와 차 모두 팔았죠. 하루 7만 원 하는 간병비도 아껴야 될 판이에요. 형부가 하던 일도 그만두고 병 수발을 하고 있는데, 버텨 보다가 안 되면 파산 신청을 한다네요.”

파란 씨는 덜컥 겁이 났다. 자신이 병에 걸려서 누워 있고 만장 씨와 민재, 민서가 생활고로 힘들어 하는 모습이 상상됐다.

어느덧 파란 씨의 진료 순서가 돌아왔다. 검진을 받아 보니, 다행히 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의사는 무심하게 설명하는데 파란 씨는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병원에서 나와 버스를 타러 가면서 파란 씨는 빨리 원래 나이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발, 우리 가족이 원래대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그러면 더 열심히 살고 노후 준비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파란 씨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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