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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평일보다 바빠진 2박3일

<2018 트렌드 노트>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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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금요일 6시 정각에 퇴근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서 저녁 8시 30분쯤 공항 입구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함께 서둘러 출국수속 게이트로 가 비행기 티켓을 발급받고, 후쿠오카로 떠났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모든 대중교통이 끊겨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한 A씨와 친구는 체크인 후 짐만 놓고 다시 나와 호텔 근처 이자카야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회사에서 인상을 쓰고 있던 본인들이 지금은 이렇게 행복한 얼굴로 일본에 있는 것을 신기해하면서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다음 날 일찍 호텔을 나선 그들은 일단 백화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본에서만 살 수 있는 바오바오백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브랜드 제품은 워낙 인기가 많아 매일 한정수량만 선착순으로 구입할 수 있다. 1박 2일 여행에서는 시간이 아까워 오전을 쇼핑으로만 보내는 것을 상상도 못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럴 시간이 충분했다. 여유롭게 쇼핑을 한 그들은 초밥도 먹고, 이곳에 오면 반드시 맛봐야 할 후쿠오카함바그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일본에서 보낼 수 있는 하루의 시간이 더 남아 있다.

A씨와 친구는 연차휴가를 써서 해외여행을 간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주말을 활용해 2박3일의 해외여행을 즐기고 온 것이다. 그들에게 금요일 저녁은 퇴근해서 집에 가는 시간이 아니라 여행을 시작하는 공항으로 떠나는 시간이다.

주말이 이틀이 아닌 3일로 인식되면서, 주말을 활용하는 우리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2박3일 여행의 증가다. 토요일에 출발하여 일요일에 돌아오는 1박2일 (그래봐야 겨우 24시간을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금요일에 출발해 2박3일을 즐기는 것으로 주말여행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전히 1박2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지만, 2016년 이후 2박3일 여행에 대한 언급이 1박2일 여행을 앞서기 시작했다.

여행기간 ‘1박2일’ vs. ‘2박3일’ 언급 비교

1.jpg?type=w1200 출처 | SOCIALmetrics™ 2015.01.01~2017.06.30


2박3일 여행이 보편화됨에 따라 주말동안 갈 수 있는 여행지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1박2일이 부산, 제주도, 전주 등 국내여행에 한정돼 있었다면, 2박3일은 오사카, 후쿠오카, 홍콩, 대만 등 해외여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비단 여행뿐일까. 2박3일이라는 시간적 여유는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여행 외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는 토요일을 바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불금’에 밤새 술 먹고 토요일 오후까지 늦잠을 자는 행태에서 벗어나, 토요일 오전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의 토요일 오전은 평일보다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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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과 불금이라 달렸지만 오늘 경기가 있어서 일찍 나옴.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이번 사회인 야구팀은 동료들하고 모든 것이 잘 맞아서 올해 제대로 해볼 작정이다.”

“불금 보내고 아침은 한강에서 10km 달리기. 러닝 크루들과 함께 달리다 보면 일주일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것 같다. 이것이 진정한 힐링”

“주말이라 아침 일찍 책을 들고 동네 카페로 나왔어요. 커피 한 잔과 카페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가벼워져요. 이렇게 주말 오전을 알차게 보내면 그다음 한 주도 거뜬히 버틸 수 있어요.”

그럼 언제 쉬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렇게 바쁘게 활동하는 것이 이들의 쉬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주말 동안 신체적 휴식이 아닌 정신적 휴식을 즐기고 있다. 평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근무로 심신이 지쳐 있을 때, 몸보다는 마음의 건강유지에 힘쓰는 것이 현대인들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그전에도 물론 토요일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말이 2박3일이 되고 금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완충재가 생긴 후 토요일은 더욱 여유로운 시간이 되었고, 사람들은 오롯이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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