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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자연과 어우러진 광장이 뜬다.

<2018 트렌드 노트>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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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혹은 별마당도서관처럼 기업이 제공하는 공간만 광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을 위해 열려 있는 13개의 한강공원도 도심 광장의 역할을 나누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나들이’‘, 데이트’라는 키워드를 분석해보면 ‘광화문광장’보다 ‘한강공원’이 2.7배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심지어 광화문광장으로 나들이 간다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반면 한강으로 나들이 간다는 사람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강공원은 광장의 요소 중 어떤 부분을 어떻게 채워주고 있을까?

광화문광장과 한강공원의 연관어에는 몇 가지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공연’‘, 행사’‘, 콘서트’‘, 문화’ 그리고 야외에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미세먼지’가 그것들이다. 반면 광화문광장에는 없는 한강공원 연관어도 눈에 띈다‘. 산책’‘, 힐링’‘, 주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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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반포한강공원에 잠시 들렀다. 여기에 오니, 일상의 초조함과 바쁜 삶에서 여유를 찾는 것 같아 좋다. 마음의 여유… 그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언제나 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한강시민공원 정말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 그리고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본 것 같다. 아름다운 하늘, 멋과 맛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 우리 딸은 첫 한강나들이에 완전 신남.”

한강을 따라 정비돼 있는 한강공원들은 접근성도 좋지만, 광화문 광장과 달리 막힌 건물 없이 탁 트인 하늘과 멈춘 것 같지만 흐르고 있는 강물, 넓게 펼쳐진 잔디 등 자연이 제공하는 요소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강의 남쪽과 북쪽을 이어주는 대교들과 야경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들이 광화문광장보다 한강공원으로 향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한강공원에는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들, 원터치텐트 앞에 캠핑용 의자를 펼치고 앉아 음식을 풀어놓는 가족들, 손을 잡고 거니는 커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보인다. 광화문광장보다 더 열려 있는 이 공간에서, 각자 알아서 즐기는 것 외에 어떤 다른 목적도 강요받지 않은 사람들이 공존한다.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한강을 바라보고 있지만 각자의 색깔로 일상을 보낸다. 물론 한강공원에서도 뮤직페스티벌이나 야시장 등 행사가 열리지만, 광화문광장이나 시청광장과 달리 섬 같은 구조가 아니어서 공간의 제약이 덜하다. 행사에 참여하고 싶지 않으면 공원의 다른 영역으로 자리를 피하면 그만이다.

최근 한강공원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흔히 포착된다. 그들의 손에는 치킨과 캔맥주가 들려 있다.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광장을 거닐며 그들의 일상을 느껴보듯, 그들도 한강공원으로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느껴보는 것이다. 서울에 오면 무조건 명동과 종로로 직행해 쇼핑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던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일상으로 들어와 여유를 즐기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이 한국여행 때 사용한 한국 지하철 앱의 검색 데이터에서도 여의도 한강공원이 4위를 차지하며 2016년보다 33계단 상승했다. 경복궁이 9위를 기록한 반면 바로 앞에 있는 광화문광장은 20위 안에 들지 못한 점도 눈에 띈다‘. 명소’로나 ‘일상적 공간’으로나, 광화문광장의 존재감은 아직은 조금 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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