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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1. 2017

01. 한 걸음 더 내딛고, 또 한 걸음 더

<느리더라도 멈추지 마라>



로또를 사지 않는 인간이 로또 당첨을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_작자 미상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사람을 만나면서 내심 긴장하다 못해 심지어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내 꿈을 묻는 때이다. 어린아이가 아니기에 대뜸 과학자 혹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을 수도 없다. 뭔가 진지한 사업 이야기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멘토링을 하던 중 이런 질문이 툭 튀어나오면 솔직히 식은땀이 날 때도 있다. 허황된 꿈이나 꾸는 위인으로 비쳤다가는 너무 가벼워 보일뿐더러 신뢰를 잃을 수 있으니 상대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데 신중해진다.


그런데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기준은 뭘까? 꿈의 크기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실현 가능한 현실성을 보여주는 것일까? 지나치게 거창하면 자칫 실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고, 너무 소박하면 사업가로서 배포가 작다는 말이 나올까 봐 약간 고민스럽다.


내가 말하려는 꿈은 이처럼 몽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조금만 더 땀을 흘리면 손에 쥘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갑자기 기적이 일어나 일확천금을 얻게 되거나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나를 알 만큼 벼락스타가 되는 것을 꿈꾸지 않는다.


기적을 가장 많이 바라던 시대는 언제였을까? 과학이 그리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이었을까? 아무래도 먼 옛날보다는 요즘이지 않을까? ‘대박’과 ‘한 방’이 일상의 흔한 용어가 된 요즘이야말로 단번에 소원을 이루는 기적을 심히 갈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으면 꿈이 이루어질 리 없다.


생각만 가지고는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적어도 그렇게 되기 위한 나만의 플랜을 짜야 한다. 그래야 실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유재석처럼 되고 싶은가? 그럼 먼저 개그맨이나 예능인이 되어야 한다. 갑자기 마이크를 갖다 주며 방송의 중심 역할을 맡길 PD는 이 세상에 없다. 설령 그런 일이 생겼다고 치자. 과연 유재석처럼 능수능란하게 방송을 할 수 있을까?


개그맨으로 활동할 때, 당대 최고의 MC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꿈을 꾸었다.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모두가 다 인정하는 유명 MC가 되겠다고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개그맨 대부분은 저마다 자신의 롤모델로 유재석 선배와 강호동 선배를 꼽았다. 텔레비전에 비친 것만으로도 꿈의 절반쯤은 현실로 바뀐 듯했다. 당장 다음 개편 때부터 내가 유명 MC로 발돋움하리라는 상상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현실은 꿈의 실현이 아니라 배반이었다. 나름의 계획을 성실히 실행에 옮겨도 꿈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하물며 가만 앉아서 유재석이 되고 싶다고 주문만 외운다고 될 일이겠는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당장 그 목표를 향해 한 발짝씩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꿈쩍도 하지 않는 망부석으로 그리운 임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목이 마르면 우물을 찾아야 하듯이 내가 찾아 나서야 한다. 내가 움직일 때 꿈은 다가온다.

                        
                        

MC가 되려고 개그맨의 길에 들어섰는데, 개그맨의 길을 가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무대에 매번 설 수 있다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다. 개그맨으로서 재능과 자질이 탁월한 친구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들과 경쟁해야 했고, 또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만 했다. 부단히 노력하며 개그를 펼쳤으나, 갈수록 나의 자리는 작아져만 갔다. 그만큼 MC가 될 가능성 또한 줄어들었다.


개그 무대에 제대로 서지 못하는 사람에게 방송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아주 낮다. 당연히 MC가 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때 나는 어떻게든 꿈을 이루고 싶었고, 그 가능성을 따져봤다. 가능성이 없다면 포기해야 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서울의 방송국에서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 개그맨으로 유명세를 얻지 못한다고 해서 낙담만 할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하는 게 더 중요했다.


마침 지방의 한 민방에서 경험 많은 연예인을 필요로 했다. SBS라는 큰 무대를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웠지만, 나로서는 실현 가능한 꿈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지방 방송국의 한 공개 프로그램에서 MC를 맡게 됐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무대 위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무언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면 일단 발부터 내딛어라.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생각의 영역이 아닌, 실행의 영역이다. 도끼를 휘두르지 않는 한 나무는 결코 베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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