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 카페 같은 내 방, 욕구의 소소한 실현

<2018 트렌드 노트>

by 더굿북
%E9%87%89%EB%9A%AE%EC%9C%B4%E7%A7%BB%EF%BF%BD.jpg?type=w1200



‘내 방’에 대한 언급은 드라마틱하지는 않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집’과 관련된 공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소는 여전히 ‘거실’이며, 이 역시 언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거실은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므로 ‘사적인 내 공간’이라 하기 어려우니 거실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논외로 하자.

여기서 ‘내 방’을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언급량이 증가하고 있어서는 아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 방’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서서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 방’은 무언가를 보고, 자고, 먹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가끔 ○○이 없어서 불편하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2016년 즈음부터 ‘내 방’이라는 의미에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의 공간에 ‘예쁘다’,‘ 찍다’ 등의 감성이 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 방’과 ‘예쁘다’에 대한 연관 키워드를 살펴보면 집 밖의 예쁜 소품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사진을 찍던 행위가 내 방에서도 이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소소한 소품 등을 이용해 내 방을 카페와 같은 분위기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2017 트렌드노트》에서 이야기했던 주제와 연속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비싸지 않지만 센스 있는 소소한 선물이나 소품 등을 쇼핑한 결과물이 나와 가장 밀접한 공간인 내 방에서 실현된 결과다.


‘내 방’ 언급량 추이


1.jpg?type=w1200 출처 | SOCIALmetrics™, 2015.07.01~2017.03.31



“꼭 새로운 가구를 사거나 위치를 바꾸지 않아도 간단한 소품만으로 방의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거 같아요 말린 장미로 방 꾸며봤네용ㅋㅋ 좀 더 이뻐지는 내 방을 보면서 자기만족 뿌듯뿌듯 담엔 뭘로 해보지 ㅎㅎ”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를 만들자!를 상기시키기 위해 내 방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크한 소품들과 도구들은 나를 사로잡았고 무언가 바꿔본다는 게 이렇게 설레고 행복한 일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오르기만 할 뿐 내려올 생각을 않는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는 터라, 비록 언젠가 비워줘야 할 전세나 월세라 할지라도 팍팍한 현실에서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인 ‘내 방’을 꾸미는 데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직접 꾸며놓으면 내 집 같고 정이 많이 들어요. 집을 살 생각은 없어요. 어차피 못 살 거….”

“내 집 마련은 어렵지만, 셀프 인테리어는 쉽다!”

카페는 이미 우리 일상에서 집을 제외하고서 가장 밀접한 장소다.** 커피의 맛, 위치, 인테리어와 소품이 연출하는 분위기 등이 조화로이 어우러진 카페의 한 컷을 건지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현상을 이미 보고 있지 않은가. 사실 카페를 구성하는 핵심인 커피가 너무 맛없지 않은 이상, 핫플레이스에 위치해 있고 분위기도 좋다면 그 카페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

그런데 핫플레이스에 위치한 카페에서 찍은 한 컷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 조금씩 시간을 들여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꾸민 카페 같은 내 방, 센스 있는 한 컷을 보여주기에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낸 내 방은 같은 듯 다른 느낌이다. 한 번 방문하고 마는 카페와 달리, 내 방은 내 일상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영속적인 장소 아닌가. 이는 단순히 카페에서 내 방으로 장소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의미의 변화(‘카페 같은 내 방’)이자 장소의 확장(‘카페를 내 방으로’)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image_2739594321511226386438.jpg?type=w1200


사실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픈 욕망은 내 방뿐 아니라 거주공간과 관련된 인테리어와 소품에 대한 언급이 늘고 있는 현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내 방의 분위기에 플러스알파가 될 수 있는 디퓨저, 향수, 향초 등 향기제품 시장이 3조 원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게다가 내 방을 포함해 나만의 취향이 반영된 내 집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온라인 집들이’가 이미 자연스러운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셀프인테리어〕 온라인 집들이… 이사 오기 전에 내가 지낼 방에 대해 많이 고민했는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혼자 필요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었다. 그러기 위해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그레이 계열의 컬러와 블랙컬러의 가구를 주로 배치하고 다운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페인트는 벤자민무어 페인트를 사용… 액자엔 아직 그림이 없다. 인테리어 하면서 제일 어려운 게 액자에 들어갈 그림선택이더라… H&M 홈에서 산 향초 등을 같이 두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0. <부동산과 맞벌이하는 월급쟁이 부자들>연재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