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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8. 2017

07. 책을 왜 읽니?

<느리더라도 멈추지 마라>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_엘빈 토플러


“여러분, 책 읽지 마세요.”

‘아니, 책을 읽지 말라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어떤 강연장에서 강사가 대뜸 책을 읽지 말라고 했다. 독서는 열이면 열 모두가 강조하는 미덕이었기에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이야기를 내가 잘못 들었나?’

분명 졸지도 않고 초롱초롱 눈으로 강연자를 응시하며 귀를 활짝 열어 듣고 있었다.

“책 읽기는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으로 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화 과정을 거치지 않죠. 그저 책에 나온 내용을 따라 하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연자는 책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책 읽기를 지적한 것이었다. 마치 연예인 코스프레를 하듯이 책을 읽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죽비를 때리듯 청중에게 일갈한 것이었다. 그의 지적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하고 있는 책 읽기가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하는 민망함 때문이었다.

다른 이의 뒤통수를 따라가는 삶이 아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동경하는 대상을 고스란히 모방하거나 책 내용처럼 행동한다고 해도, 저마다 주어진 환경과 재능이 다르니 결과는 사뭇 달리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아니 책을 왜 읽는 것일까? 책을 읽지 말라는 도발적인 말은 사실 올바른 책 읽기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추종하려는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의 모든 경험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절대적 교본처럼 그대로 따라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하면서 나의 삶과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인데, 그 성장은 모방의 삶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요, 한 가지의 인생을 정답으로 알고 살자는 것도 아니다.

‘갭이어(Gap Year)’라는 말이 있다. 영국은 1960년대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에 가는 게 아니라 1년 정도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한다. 그 기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봉사, 여행 등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공부와 대학만을 생각하던 학생들은 이 기간 동안 자신이 체험해보지 못했던 삶을 조금이나마 겪으면서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고민한다.

갭이어는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여 미국과 캐나다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갭이어를 거친 학생들의 학업 중도 포기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아마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백지연 앵커는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은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이 승자인 것 같아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에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죄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경험한 사람이 승자라고 생각해요.”

강연을 하면서, 혹은 사업을 하다가 종종 피터 드러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그는 세계적인 경영학자이자 존재감 있는 구루다. 그가 저술 활동이나 강연에서 했던 말은 마치 명언처럼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문득 그는 어떻게 그러한 통찰력과 지혜를 가지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피터 드러커는 1909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아득하게 멀게 느껴지는 그 시기는 현대사가 소용돌이치고 있을 때였다. 더군다나 빈은 세계 문명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미국으로 건너갔으니 수많은 문물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직업도 무역 회사의 견습 사원으로 출발하여 기자, 증권 전문가 등을 거쳐 대학교수 등을 지냈다. 그의 박사학위는 경제나 경영이 아니라 법학이었기에 법학 교수를 지내다가 역사학, 경제학, 경영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무엇보다 피터 드러커는 다양한 경험의 선물을 사람을 통해 얻었다. 그가 어릴 적에 부모님이 집에서 각종 모임을 열었는데, 경제학자로 유명한 슘페터, 하이에크, 작가인 토마스 만, 정신분석으로 유명한 프로이트뿐만 아니라 유명 배우까지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런 만남과 다양한 경험이 그에게 구루의 지혜와 통찰력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나도 개그맨, 방송 리포터, 무대 MC, 사업가 등의 경험을 거쳤다. 어찌 보면 여러 직업을 전전한 것 같다. 하지만 각각의 경험이 지금의 강연과 상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개그맨의 순발력, 리포터와 MC를 하면서 쌓은 소통 능력, 사업가로서의 현장 경험 등이 어우러져 나름대로 인정받는 강사의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이 책이든 성공한 사람의 삶이든, 그대로 모방해서는 결코 내가 바라는 성공을 이끌어낼 수 없다. 눈여겨보고 참고는 하되, 내가 체득한 다양한 경험에 접목하여 나만의 성공방식을 새로이 만들어내야 한다. 무작정 남들의 뒤통수를 쫓다가 어느 순간 허무함을 느끼기보다는 비록 좌충우돌하더라도 나만의 방식,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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